[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지난해 마지막 날.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이 1분여 동안 멈췄다. 경기도 화성 신수원 변전소의 송전 케이블이 터진 탓이다. 일대가 2분가량 정전됐다. 사업장 전체가 멈춘 것은 아니고, H1~3 라인 중 일부만 중단됐다. 극자외선(EUV) 라인은 정상 운영됐다.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는 수십억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평택사업장이 30분 동안 정전, 약 500억원의 피해액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화성 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 중이고,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8대 공정’을 수차례 반복한 뒤 완성된다. 웨이퍼, 산화, 노광, 패키징 등의 단계를 여러 번 거치는 것이다. 연속성이 중요해 한순간만 끊겨도, 예민한 웨이퍼는 폐기해야 한다. 따라서 공장 가동 중단 시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 비용이 든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정전 대비 차원으로 ‘무정전 전원장치’(UPS:Uninterruptible Power System)를 설치한다. 예비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도 공장에 UPS가 있다. UPS업체 관계자는 “UPS가 있으면 정전 시 공장, 전산실 등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장치 가격, 용량 등은 천차만별이다. 추가로 운영비를 UPS 업체에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도 ‘1분 중단’은 막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꼽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비용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UPS를 공장 전 영역에 설치하지는 않는다”며 “비상상황을 대비해 주로 주요 공정과 장비들 위주로 배치한다. 최소한의 작업에 문제없을 전력만 공급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UPS를 원칙대로 전체 설치했을 경우, 즉 평상시에 UPS를 전업무에 풀가동했을때 비용이 정전 사태 복구 비용보다 더 크게 나온다는 의미다. 결국 UPS의 하자가 아니라 가동 비용에 대한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가 정전 사고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경우의 정전 사고는 UPS 가동 비용보다 경미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에 사용하는 전력이 어마 어마하기 때문에 (전산실 등처럼) 바로 복구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며 “오히려 1분이면 빠르게 대처한 편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제조사들이 자체 발전소를 설치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1위 업체다. 간접적 감산 효과로 공급이 줄어드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재고 수준은 밝힐 수 없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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