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2019년은 배터리 업계엔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소송에 돌입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재발했다. 미래를 위한 증설경쟁은 치열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은 LG화학이 점화했다. LG화학 직원의 SK이노베이션 이직이 발단이 됐다. 최근 2년 동안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자리를 옮겼다. LG화학은 ‘의도적 영입’이라고 SK이노베이션은 ‘개인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했다. 5월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SK이노베이션은 6월 명예훼손 등의 국내 소송으로 반격했다. 9월엔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LG화학을 ‘특허침해’로 고소했다. LG화학도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로 맞고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소송이 부당하다고 국내 법원에 10월 ‘소송 취하와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정부 중재 등이 있었지만 양사 입장은 평행선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양사 합의문을 꺼냈다. LG화학의 특허소송이 합의문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진도가 나가고 있는 소송은 LG화학의 첫 소송 중 하나인 ITC 영업비밀침해 조사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다며 ‘조기 패소’ 판결을 요청했다. ITC는 검토 중이다.
기업간 영업비밀침해와 특허소송은 대개 합의로 끝난다. 하지만 누가 우위에 있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1심까지는 진행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이 대표적이다. 양사 소송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년을 끌었다.
ESS 화재는 배터리 업계 최대 악재다. 배터리 업체는 자동차용 배터리 투자를 늘리고 있다. ESS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ESS는 2017년 8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총 2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6월 정부는 원인조사 결과와 대책을 발표했다. 배터리 탓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 후 5건의 화재가 났다. 관련 생태계 전반이 올스톱이다. 생태계 복원을 위해 삼성SDI가 총대를 맸다. 2000억원을 투입해 생태계 안전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삼성SDI는 국내 ESS 점유율 1위다. 정부의 추가 사고 원인 조사 결과 발표는 아직이다.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진행형이다. 자동차 업체와 조인트벤처 설립, 자체 공장 증설 등 동시다발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투자속도를 생산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LG화학은 지난 6월 중국 지리 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공개했다. 1034억원을 출자한다. 2021년말까지 10기가와트시(GWh)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달 미국 GM과도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했다. 1조원을 출자한다. 30GWh 생산능력 확보 목표다. 지난 7월엔 상생형 구미 일자리에 5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다만 LG화학은 폴란드 공장 수율 정상화에 애를 먹고 있다. 폴란드 공장은 올 한 해 LG화학 실적 발목을 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중국 EVE에너지와 배터리 합자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5억2500만달러를 현금 출자한다. 20~25GWh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헝가리 제1공장은 2020년 양산한다. 중국 공장도 2020년 양산이다. 헝가리 제2공장은 지난 1분기 착공했다. 미국 공장은 2020년 1분기 착공한다. 둘 다 오는 2022년 양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