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클라우드에 대한 고민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정보는 많이 쏟아지는데 오히려 갈증은 커지는 기분입니다.” (은행권 IT기획 담당자)
“내년 금융IT 시장 전망이 궁금합니다. 금융권이 가장 중시하고 있는 IT혁신 분야가 어디인지 알고 싶습니다.”(금융 IT기업 임원)
“어제(10일) 데이터 3법이 국회에서 통과가 안됐기 때문에 일단 좀 신경이 쓰입니다. 내년에는 비즈니스 기회가 좀 더 열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데이터 3법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핀테크업계 관계자)
11일,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디지털데일리> 주최 ‘2020년 전망, 금융IT 혁신전략’ 컨퍼런스에 참석한 국내 금융권 및 IT업계 관계자들은 그 어느때보다 금융 IT분야 혁신의 방향성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15년간, 매년 12월에 연례 행사로 치러지는 컨퍼런스지만 올해에는 예년보다 많은 460여명이 넘는 금융권 및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내년 금융IT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금융권이 지향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이션’의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2020년에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에 관심이 높았다.
그리고 금융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클라우드(Cloud), 인공지능(AI)과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정보계 중심의 차세대시스템 고도화와 업무혁신, 오픈뱅킹 서비스, 핀테크, 금융 보안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다양한 혁신기술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고, 또한 여러 형태로 빠르게 융합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하는 금융권 IT 및 디지털업무 실무자들의 고민은 클 수 밖에 없다.
이날 김광옥 금융IT혁신포럼 회장(사진)은 컨퍼런스 축사를 통해 “과거 다운사이징, e뱅킹, 모바일 등 우리가 혁신이라고 얘기하는 변화들은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필연이었다”며 “지금은 인공지능이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업종을 불문하고 이슈를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이어 “결국 우리는 '사람을 대체하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역할을 과연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 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 혁신을 통해 사람의 가치가 재발견되는 과정, 그것이 진정한 혁신이며 그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클라우드발(發) 금융IT 전략 후폭풍 예고 = 구체적으로보면, ‘클라우드’는 내년 금융권 IT 인프라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화두가 될 것으로 예고됐다.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권의 클라우드 활용을 보다 원활하기위해 ‘금융 물리적 망분리’에 대한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내년 초, 어떤 형태로 최종 개선안이 나오게될지 모르지만 만약 ‘논리적 망분리’ 수준으로 완화된다면 금융권에 미칠 클라우드 후푹풍은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9월, 금융당국에 ‘비조치 의견서’ 승인을 받아 우리은행 등 우리금융지주사 산하의 계열사들에 대해서는 ‘논리적 망분리’를 적용해 그룹 공동 클라우드를 2020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조치 의견서는 기존 제도 때문에 실행이 어려운 서비스를 향후 제도 개선의 완화를 가정하고 정책 당국이 미리 예외적용시켜주는 샌드박스(규제완화 정책)중 하나다. 만약 ‘논리적 망분리’로 개선이 이뤄진다면 금융IT 시장의 조정과 함께 궁극적으로 국내 금융권의 전산센터 운영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지난 수년간 국내 금융회사의 IT 인력과 예산(보안예산 포함) 편성 원칙을 규정하는 '5.5.7' 규정도 완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만약 클라우드 방식으로 금융회사가 IT인프라 운영 전략을 외부위탁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사실상 이 규정은 크게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금융IT 감독 정책 기조는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지않고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시키기위해 2020년에는 더욱 ‘규제 해소’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금융 보안부문은 상대적으로 위협이 높아진만큼 보안 감독은 더 강화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규제 완화와 보안 강화의 상반된 방향성에서 나오는 갭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금융권의 인공지능(AI) 및 RPA의 활용은 올해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금융권 전반에 걸쳐 AI 및 RPA 1단계 프로젝트가 시도됐으며, 2020년에는 업무의 적용업무의 확장과 함께 고도화를 통한 업무효율성 확장이 본격적으로 시도될 전망이다.
한국IBM 이지은 상무(클라우드 &코그너티브 SW기술담당)는 이날 발표를 통해 “클라우드와 AI라는 수단을 통해 금융회사는 디지털 혁신의 전략적 기회를 가져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인도 SBI와 싱가포르 DBS, 스페인 산탄데르, 영국 로이드은행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RPA 전문기업인 오토메이션애니웨어의 이영수 지사장은 RPA에 AI를 결합해 ‘RPAI’라는 전략을 소개하면서 “RPA에 있어 어려운 부분이 광학판독(OCR) 영역인데 팩스 문서 등을 읽어야 하는 문제 등을 이제는 코그너티브(인지) 기술로 해결하려하고 있다”고 최근 금융권의 상황을 전했다.
◆글로벌 금융전략, 확장되는 IT의 영역 = 한편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컨퍼런스에서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IT전략’에 관심이 매우 높았다. 글로벌 시장을 안정적으로 커버하기위한 IT전략은 과거 은행권의 국외전산망 시절과는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고품질의 금융서비스가 유지해야한다.
이와관련 유시완 하나금융티아이 대표는 “하나금융그룹은 표준화된 오픈 아키텍처로 글로벌 차세대시스템을 구성함으로써 저비용 고효율 구조의 글로벌 IT운영 전략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오픈 아키텍처를 채택함으로써 보다 저비용 구조로 신속하게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고, 원격 관리에 보다 수월하며, 관련 기술자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내년에는 핀테크 서비스의 범위가 올해보다는 훨씬 더 넓어진다. 올해 4월부터 시행된 혁신금융특별법에 따라 이미 100개에 육박하는 혁신금융서비스가 시도되고 있다. 특히 핀테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P2P서비스가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해 법제화됨에 따라 내년에는 P2P서비스가 더욱 활성활될 것으로 예상된다. P2P서비스 전문기업인 렌딩사이언스(대표 김갑영)는 자사의 P2P 거래시스템을 올해 인도네시아에 수출했으며, 내년에는 국내 P2P시장에서 본격적인 비즈니스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 보안은 외부에는 활발하게 표출되고 있지않지만 가장 능동적인 금융권의 대응이 필요한 분야로 손꼽힌다. 국내 최대 점포를 보유한 농협은행의 경우, 2020년에도 ‘보안 지능화’ 혁신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김유경 부행장(CISO)는 이번 컨퍼런스 주제발표를 통해 “차세대 보안관제시스템의 경우, AI(인공지능)을 활용한 위협 탐지의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한 고도호된 데이터 심화 분석 사례를 소개했다. 농협은행은 핵심 보안사업으로 EDR 구축 프로젝트를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상반기중 시스템의 효과를 검증한 뒤 EDR의 확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