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5G가 또 통신사 실적 발목을 잡았다. 3분기 실적에서 3사 모두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설비투자와 마케팅 경쟁으로 인한 지출이 누적된 탓이다. 하지만 5G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통신업계에서는 이르면 4분기부터 5G 순풍을 타고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적에 따르면 3사 공통으로 매출은 늘되 영업이익은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전년대비 매출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순으로 9%, 4.5%, 8.4%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각각 0.7%, 15.4%, 31.7% 감소했다. SK텔레콤은 비교적 선방했고 LG유플러스는 가장 낙폭이 컸다.
이 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은 5G다. 지난 4월 상용화 이후 5G 가입자는 꾸준히 늘어 양적 성장을 이뤘다.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3사가 밝힌 5G 가입자 수(9월 말 기준)는 SK텔레콤 154만명, KT 105만5000명, LG유플러스 87만5000명이다. 통신사들의 5G 가입자는 지난 5월 이후 매달 50만명 이상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동시에 5G 설비투자비용(CAPEX) 및 마케팅 지출이 누적되며 수익성은 나빠졌다. 3분기 SK텔레콤은 설비투자에 전년동기대비 64.3% 늘어난 6610억원을 집행했다. 마케팅 비용도 7분기 내 최대 수준인 7878억원을 썼다. KT와 LG유플러스도 마케팅에만 각각 7202억원, 5861억원을 지출했다. 전년대비 23.4%, 17.5% 오른 금액이다.
3사는 그러나 올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대신 이르면 4분기, 늦어도 내년부터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5G 상용화를 기점으로 무선 부문에서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통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ARPU는 그간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과 선택약정할인 확대 등으로 하락해왔지만 지난 2분기부터 분기 반등에 성공했다. 5G 가입자 대부분이 월 8만원 이상 고가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3사가 전망한 내년 5G 가입자 규모는 모두 합쳐 1600만명에 이른다.
SK텔레콤은 4분기부터 전년동기대비로도 무선ARPU가 반등해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풍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연말까지 5G 가입자는 200만명을 상회하고 내년에는 700만명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고객들이 (고가요금제인) 5GX 스탠다드, 프라임 위주로 가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KT도 4분기를 주목했다. 윤경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미 3분기 ARPU가 지난해 4분기 ARPU보다 높다”면서 “올해 4분기부터 전년동기대비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KT는 연말까지 5G 가입자 수가 전체 무선가입자의 10% 수준인 150만명, 내년 말엔 전체의 3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LG유플러스는 그러나 3사 중 가장 실적 타격이 큰 만큼 4분기 반등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분기 평균으로 봤을 때 4분기 ARPU 반등은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지난 2분기만 해도 턴어라운드를 자신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다만 5G 가입자 전망에 대해서는 KT와 똑같은 관측을 내놨다.
증권가도 대체로 통신사들과 같은 전망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부터 통신3사 마케팅비용 증가 폭이 둔화해 매출 증가 폭이 비용 증가 폭을 크게 앞지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남효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3사 모두 줄곧 하락세였던 ARPU가 5G 효과로 전분기대비 상승했다”며 “올 4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