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T의 새 수장을 가리는 왕좌의 게임이 곧 시작이다. 지난달 23일 시작된 KT 사외 회장 후보자 공모가 5일 저녁이면 끝난다. 부사장급 이상 내부 인력부터 전직 장관과 기업인 출신 등 외부 인사가 다수 하마평에 올랐다. 과연 누가 출사표를 던졌을지 회사 안팎으로 관심이 크다.
KT 회장직은 오랜 기간 정치 외풍에 시달렸다. 과거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전무국으로 태어나 공기업 한국통신으로 자란 태생 탓이다. 정권 전리품인 마냥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기도 했고, 검찰 사정권에 든 회장이 비리 수사로 임기를 못 마치기도 했다. 워낙 반복된 일이어서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다.
CEO 리스크가 닥칠 때마다 KT의 경쟁력은 후퇴했다. 낙하산 인사는 회사 내부에서도 낙하산 정치를 했다. 이석채 전 회장은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으로 경영 손실을 메꾸는 데 급급했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사업 연결고리는 끊어졌다. 중장기 전략이 부재한 채 정보통신기술(ICT)의 새 먹거리를 찾는 역할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KT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새로운 기회를 얻은 참이다. 5G는 4차산업의 혈류다. 신기술과 신산업 구석구석 안 미치는 곳이 없다. 5G가 있어야 고도화된 인공지능도, 미래 자율주행차도 가능하다. 대변혁의 시기에 산업간 융합을 이끌어야 하는 KT 수장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제는 KT도 변해야 산다. ‘눈 가리고 아웅’은 먹히지 않는다. KT 스스로도 내부 혁신을 강하게 바라고 있는 듯하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AI)과 미디어 등 주축 사업의 차세대 전략 발표를 연달아 진행했다. 과연 차기 사업이 연속성 있게 진행될 수 있겠냐는 물음에 KT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답을 내놨다. 지켜볼 일이다.
오는 12월 본격화될 차기 회장의 선임은 KT의 기나긴 CEO 잔혹사에 마침표를 붙일 기회다. 통신업에 밝고 산업간 융합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능력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더불어 더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KT만의 독립성이 절실하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이뤄졌으면 한다. 이것이 한낱 좋은 말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