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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칼럼

[취재수첩] 강력한 적이 돌아서면 최고의 우군이 된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과 카카오가 한 배를 탔다. 양사 역사상 전례 없는 지분 맞교환이 이뤄졌다. 인수합병(M&A)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적 지분 확보도 아니다. 오직 강력한 결속력의 파트너십만을 위해 3000억원에 달하는 지분 교환이 성사됐다. 이 소식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됐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인 SK텔레콤과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카카오는 태생부터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대신하는 카카오톡 등장에 통신사는 중요 수익원을 잃었고, 최근에는 음원‧모빌리티 등 확대하는 신사업마다 부딪히기 일쑤니 말이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망 중립성 문제로 오랜 기간 수차례 충돌해 왔다. 2011년 카카오톡 가입자수가 1000만명이 넘어서면서, 통신사는 과도한 트래픽에 따른 망 부하 문제를 꾸준히 지적했다. 당시 통신사 수익원 중 하나였던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카카오톡으로 대체되는 현상은 눈엣가시거리였다. 이에 통신사가 카카오톡 유료화를 추진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2012년 카카오톡 대항마로 통신3사는 ‘조인’을 내놓았지만 실패했고, 6년만인 지난 8월 채팅플러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듬해 2012년에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다. 통신사들은 음성통화를 대체할 수 있는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를 향해 강도 높게 비난했고, 카카오는 통신사가 고의적으로 보이스톡 품질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최근에는 상호접속고시 개정 이후 망 사용료 부담이 증가했다는 CP 진영에 서면서 통신사와 이견을 보였다.

양사가 전개하는 사업도 상당부분 겹친다. T맵과 카카오내비, 카카오택시와 T맵택시가 대표적이다. 음원 서비스와 인공지능(AI) 스피커도 양사 모두 뛰어든 영역이다. 이처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견제해 온 적이 하루아침에 동지로 돌아선 것이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양사가 돌변해 악수하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공동의 적’인 글로벌 IT기업의 공세다. 통신사는 여전히 무임승차 중인 구글‧유튜브 등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구글에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카카오 또한 구글‧유튜브 플랫폼을 넘어설 경쟁력이 필요한 상태다. 영상콘텐츠, 음원 등 여러 시장에서 번번이 부딪히고 있다.

이에 통신사의 5G를 비롯한 통신 기반 빅데이터와 미디어 인프라,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 파워가 결합했을 때 시너지를 검토하게 된 것이다. 콘텐츠부터 커머스, AI‧모빌리티 등 전방위적 협력이 가능한 만큼, 업계는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카카오M에서 제작하는 영화와 카카오페이지 웹툰을 OTT서비스 ‘웨이브’에 실어 해외로 수출하거나, 카카오의 영상‧음원‧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상대로 제로레이팅 정책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 카카오톡으로 11번가 상품을 구매하고 카카오페이로 통신비를 납부하는 등 다양한 사업모델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강력했던 적이었던 만큼 같은 편에 섰을 때 얼마나 큰 우군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강력한 동맹군의 위력을 보여주면서 한국 ICT 생태계 확장을 기대해본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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