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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특허괴물

- LG화학-SK이노베이션 갈등, 산업 생태계 발전 고려해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특허를 수익창출 수단으로 삼는 기업이 있다 그들을 통칭 특허괴물(NPE: Non-Practicing Entity)이라고 부른다. 정보통신기술(ICT)시대 혁신의 걸림돌로 여겨진다. 역설적이다. 지적재산권 보호는 혁신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남의 기술을 정당한 대가 없이 사용하는 일은 문제다. 기술을 개발한 업체가 들인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기업 활동 근간이 흔들린다.

특허괴물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특허괴물은 대부분 그들이 그 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니다. 특허를 활용해 제조도 하지 않는다. 오직 소송을 통해 돈을 번다. 일반적인 기업과 기업의 특허소송은 서로의 특허를 인정해 합의를 추구한다. 하지만 특허괴물과 소송은 다르다. 그들이 원하는 돈을 주든지 사업을 접든지, 그 특허를 무효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허괴물은 합의를 해도 비슷비슷한 특허로 또 다시 먹잇감으로 삼는다. 특허소송의 천국 미국에서도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다방면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LG화학 임직원의 SK이노베이션 이직과 관련한 갈등이 커졌다.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소송과 국내 형사고발을 하자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특허소송으로 맞섰다. LG화학도 미국에 특허소송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미국 특허소송이 잘못됐다며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양사가 2014년에 맺은 합의문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SK이노베이션은 합의문을 언론에 공개했다. LG화학은 그것은 한국특허고 이번은 미국특허라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기업 활동은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국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 업체끼리 벌이는 소송에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소송도 기업 전략의 하나다. 여기까지 온 이상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릴 문제다. 다만 특허괴물이라고 부르는 그들과 겹치는 모양새는 아쉽다. 자칫 안 좋은 선례를 남길까 걱정스럽다. 자사의 이익에 앞서 산업 생태계에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고려했으면 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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