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5G에 올인하고 있는 통신3사가 아이러니하게도 LTE 스마트폰 ‘아이폰11’ 선방에 미소 짓고 있다. ‘아이폰5G’ 출시 때까지 고객을 묶어둔 후 1~2년 후 5G 고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한편, 요금제 측면에서도 데이터 다량 가입자가 많은 만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상승에 모두 기여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 5G 단말 중심으로 국내시장 스마트폰시장이 재편되고 있어, LTE 단말로 출시된 애플 아이폰11 인기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더군다나 인덕션 디자인이라는 혹평까지 받은 모델이다. 그런데 애플 충성고객 중심으로 아이폰11 판매량은 예상 외 선방을 거두고 있다. 아이폰11 시리즈 첫 날 개통량은 13만~14만대로 추산되며, 이는 전작 아이폰XS‧XS맥스‧아이폰XR 첫 날 개통량 약 10만대와 비교해 30% 이상 많은 규모다.
이동통신 가입자의 5G 전환을 꾀하고 있는 통신3사 입장에서 LTE 단말의 선전은 당황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긍정적인 반전이다. 통신사에서는 아이폰 고객 상당수가 브랜드 전환을 꺼려한다고 파악하고 있는데, 이를 방증하듯 아이폰11 인기 또한 ‘애플 충성고객 파워’로 해석하고 있다.
SK텔레콤이 ‘T월드다이렉트’에서 아이폰11 시리즈를 예약 구매한 고객을 분석한 결과 92.6% 예약 가입자는 아이폰XS‧XS맥스, 아이폰X, 아이폰8‧8+, 아이폰7‧7+ 등 아이폰 이용자로 집계됐다.
애플은 내년에야 아이폰5G 단말을 내놓을 전망이다. 다른 제조사 5G 단말을 선택하는 대신 아이폰5G을 기다리는 수요가 아이폰 고객 중심으로 존재하는 만큼, 아이폰11을 징검다리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11 전작인 아이폰XS 시리즈가 지난해 11월 출시된 만큼 아이폰X, 아이폰8 등 이전 아이폰 가입자들의 교체수요를 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5G 전국망 구축 현황을 고려했을 때 2020년 이후 아이폰5G까지 이어지는 ‘락인효과’를 꾀할 수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아이폰11 가입자 상당수는 20~30대다. T월드다이렉트 아이폰11 시리즈 예약구매 고객 분석 결과 20대 고객이 44%, 30대 37%로 전체의 81%에 달한다. 이들은 동영상 등 다량 데이터 소비가 많은 층으로, 주로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한다. 5G 요금제 인하 목소리가 커지면서, 실제 일부 무제한 요금제군에서는 LTE 요금제가 5G를 역전해 더 비싼 경우도 더러 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초고가 LTE 요금제를 내놓은 것도 사실상 아이폰11 가입자를 겨냥했다. LG유플러스는 단말케어 부가서비스를 포함한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105 및 데이터 88 요금제를 선보였는데, 각각 월 10만5000원, 8만8000원이다. 통신사가 5G 전환을 꾀하는 이유 중 하나는 ARPU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에 있다. LTE 사용자라 하더라도 고가 요금제를 쓰면서 ARPU를 올리고 있다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고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사용자는 높은 요금제를 사용하는 젊은 층으로 구성돼 있어, ARPU만 보면 5G 단말 못지않다”며 “장려금이 낮은 아이폰 단말 특성상 구매력이 높은 고객들이 많으며, 프리미엄 단말은 일반적으로 ARPU가 평균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어 “5G 전환 목적에 ARPU 상승도 포함되는데, 아이폰 사용자 ARPU가 높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애플이 아이폰5G를 출시하기 전 미리 아이폰11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도 전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