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최대 무기는 오리지널 콘텐츠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OTT사들의 콘텐츠 수급 견제가 치열한 이유다. 하지만 OTT 간 콘텐츠 경쟁이 지나치게 배타적으로 흘러가면서 소비자 부담만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OTT포럼은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기 위한 OTT의 역할과 위상’ 세미나를 주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선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의 부가서비스로만 인식됐던 OTT의 위상을 재정립하자는 취지 아래 다양한 제언이 모아졌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축사를 전했다. 한 위원장은 “국내 미디어 시장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해외 자본에 의존하거나 아시아 진출 교두보에 머무르면 안 된다”면서 “특히 OTT로 재편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글로벌 OTT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에 우려를 표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둘 이상 OTT에 가입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관 위원은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 과연 이용자 후생 면에서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면서 “이용자 관점에선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플레이 등 OTT를 멀티호밍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OTT 업계는 경쟁 심화로 인해 킬러 콘텐츠가 필수화되고 있다. 저마다 독점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거는 한편 특정 콘텐츠를 계열 또는 제휴 관계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업자에겐 자사 플랫폼의 인기 콘텐츠를 배제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대형 콘텐츠 공룡으로 불리는 디즈니는 내달 OTT 시장 진출을 앞두고 넷플릭스에 공급해온 일부 콘텐츠를 더이상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비단 해외 상황만이 아니다. 국내 첫 통합 OTT ‘웨이브’에서도 JTBC와 통합 OTT 설립을 추진 중인 CJ ENM 계열 채널이 빠지게 됐다.
대형 OTT가 주도하는 콘텐츠 수급 경쟁은 중소 플랫폼에겐 더 큰 타격이다. 이미 OTT 시장은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로 이끌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용희 숭실대학교 교수 역시 “넷플릭스가 디즈니와 결별한 이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잘 수급하고 제작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보다 콘텐츠 수가 적을 순 있어도 콘텐츠 품질 면에선 훨씬 유리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웨이브에 대해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규모의 경제에 합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웨이브가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데 사실 연간 3000억원을 투자해도 모자라다”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플랫폼 점유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