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치킨게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외 OTT 업체들의 콘텐츠 투자 비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며 쉽지 않은 생존 싸움이 될 전망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미국 출시를 앞둔 대형 OTT 디즈니+는 3년 약정 구독료를 당초 계획인 209.99달러(한화 약 24만9048원)에서 169.99달러(20만1618원)로 대폭 낮췄다. 선주문 고객에 한한 것이지만 월 4.72달러(5598원)로 경쟁사 대비 가장 저렴해졌다.
이는 11월 1일 먼저 출격하는 애플TV+를 겨냥한 가격 경쟁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애플TV+는 월 구독료를 4.99달러(5918원)로 책정하는 파격적인 저가 공세를 벌였다. 기존 OTT 강자 넷플릭스의 기본 구독료인 월 8.99달러(1만662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신규 OTT 플랫폼들은 초반 구독자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치킨게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예상보다 더 빠르게 시작된 모습이다. 콘텐츠 공룡이라 불리는 디즈니는 물론 그간 철저하게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온 애플마저 저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OTT사들의 콘텐츠 제작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좋지 않은 신호다.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 투자액이 2014년(28억달러) 대비 지난해 투자액(120억달러)이 약 4배 증가했다. 투자 규모는 점점 늘고 있는데 가격 경쟁으로 수익 창출은 더욱 힘겨워지는 꼴이다.
이러한 글로벌 OTT 치킨게임은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출범한 국내 OTT ‘웨이브’의 월정액 요금(베이직 기준)은 7900원으로, 이미 기존 경쟁자들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웨이브가 최대 16.8% 더 낮은 가격이다.
현재 웨이브는 최초 가입 3개월간 월 구독료 4000원 등 프로모션을 앞세워 신규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OTT 업계 저가 경쟁이 본격화할수록 치명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까지 꾀하고 있는 웨이브가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적잖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가격 경쟁이 신규 OTT 등장으로 인한 초반 ‘반짝 공세’일 가능성도 나온다. OTT 시장은 가입자 충성도가 낮고 주요 콘텐츠에 따라서 가입자 이동이 많기 때문에 가격만 낮추는 경쟁이 오래 가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OTT는 장기간 약정 이용자가 많지 않은데, 그럼에도 디즈니가 3년 약정 구독료 할인에 나선 것은 애플의 가격 공세에 맞선 임시방편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신규 진입자들이 초반 가입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장 경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