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통신사들이 5G 시대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하는 공통 영역이 있다. 바로 미디어 산업이다.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19 추계 방송과 미디어 기술 워크숍’에 참석한 통신3사 대표 발제자들은 미디어가 가장 쉽고 빠르게 5G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SK텔레콤은 5G 시대에 접어들면서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 간 경계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정연 SK텔레콤 미디어랩스 리더는 “3G와 LTE만 해도 우선 망부터 깔고 서비스가 나중에 나오는 식이었는데, 5G는 망을 깔기도 전에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특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진화 속도가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임 리더는 “LTE에서 5G로 가면서 레이턴시(속도지연)가 크게 줄어들고,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기술이 등장하면서 미디어 서비스가 대폭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영상 화질을 개선하는 ‘AI 업스케일링’, 화면 분할·재배치 솔루션인 ‘에스타일’ 등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 5G 초저지연 속성을 극대화하는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 기술로 방송과 게임의 융합도 가능해졌다고 임 리더는 설명했다. MEC는 고객 주변에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설치, 데이터 전송 구간을 줄여준다. SK텔레콤은 이를 기반으로 실시간 스트리밍 게임을 하면서 해당 게임 방송에도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와치앤플레이’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정기영 KT 멀티클라우드사업팀 팀장은 미디어 영역에서 ‘5G 엣지 클라우드’ 기술의 활용도가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엣지 클라우드는 중앙 데이터센터를 거칠 필요 없이 이용자 단말에 가장 가까운 기지국 또는 교환국에서 데이터 처리를 하기 때문에 응답속도가 훨씬 빠르다. MEC도 엣지 클라우드의 일환이다.
KT는 현재 전국 8곳에 엣지 통신센터를 두고 5G 모바일 가입자의 트래픽을 처리하고 있으며, 서울과 부산에 엣지 클라우드를 구축해 e스포츠라이브, 올레TV모바일, 온라인게임, 아프리카TV 등 미디어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정 팀장은 “5G 엣지 클라우드가 적용될 수 있는 B2B 분야가 많지만 그중 미디어 산업은 초기에 시장 진입이 가능한 영역”이라면서 “아직은 LTE로 가능한 미디어 서비스가 많지만 점점 고화질이 요구되고 기술이 지능화되면서 엣지 클라우드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컨대 4K·8K급 초고화질 영상의 지연 없는 전송, 가상·증강현실(VR·AR)의 초고용량 데이터 수용, 1인 미디어의 실시간 스트리밍 지원 등 5G의 초고속·초저지연 속성과 엣지 클라우드를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정 팀장은 내다봤다.
LG유플러스도 5G 시대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활용 사례로 미디어 서비스를 꼽았다. 박명환 LG유플러스 미래기술개발그룹 연구위원은 “5G B2B 영역에서 사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원격제어나 스마트팩토리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AR·VR, 4K급 영상서비스”라고 말했다.
5G 미디어의 핵심은 ‘고화질’이라는 게 박 위원의 생각이다. 실제 LG유플러스가 올해 6대 5G 서비스로 선점한 콘텐츠도 모두 실감형 미디어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프로야구와 골프, 아이돌라이브 등 실시간 중계·공연 플랫폼, AR·VR과 게임 등 몰입형 즐길 거리가 바로 그것이다.
박 위원은 LG유플러스의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로 ‘자율주행차’를 지목했다. 그는 “이미 완성차업체들이 뒷좌석에 모니터를 달고 있다”면서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운전대를 잡지 않고 남는 시간에 영상을 보려는 니즈가 커지기 때문에 차 안에서 제공하는 5G 기반 4K·8K 방송 서비스를 주목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2019 추계 방송과 미디어 기술 워크숍’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원으로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가 주관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자부품연구원, MPEG뉴미디어포럼 등이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