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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용료 공방③] 페이스북은 이용자 피해 정말 몰랐나?

인터넷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축인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맞붙고 있다.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행정소송이 진행되면서 논란은 뜨거워졌고,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망 사용료는 단순히 ISP와 CP 간 계약에 그치지 않는다. 역차별 문제와 이용자 요금, 나아가 국내 인터넷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망 사용료 공방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통신사와 국내 CP들이 바라봤을 때 글로벌 대형 CP는 더 나쁜 놈과 덜 나쁜 놈으로 나눠진다. 유튜브를 통해 국내 동영상 트래픽 90% 이상을 점유하면서도 망 사용료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는 구글, 통신3사와 계약 협의를 진행하면서 네이버 5분의 1 수준이나마 비용을 내고 있는 페이스북이 꼽힌다. 통신사의 과도한 망 비용을 주장하는 중소CP조차 공정한 가격결정을 위해 글로벌 CP 망 사용료 인상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동의하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KT에 이어 LG유플러스와도 망 사용료 관련 개별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기준 KT와 캐시서버 구축 및 전용 통신망 대여 계약을 맺고 연간 150억원을 지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KT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중계접속을 지원했다. 현재는 LG유플러스만 KT 캐시서버에 연결돼 있다. 이처럼 구글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페이스북은 왜 좋은 놈으로 지칭되지 못하고, 덜 나쁜 놈에 속하는 것일까?

이유는 망 사용료 가격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행정소송에서 찾을 수 있다. 일단, 페이스북이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간 150억원은 네이버가 지난 2016년 지불한 734억원 망 사용료와 비교하면 약 5배 차이가 난다. 더군다나 페이스북이 각 통신사와 개별 계약을 맺게 되면서, 오히려 같거나 더 낮은 비용으로 유리한 품질을 차지해 실리와 명분 모두 챙겼다는 판단이다.

KT는 네트워크 트래픽 감소와 중계접속료 등을 고려해 이전보다 줄어든 금액으로 페이스북과 망 사용료 계약을 체결했다. SK브로드밴드도 해외망 연결비용을 줄이기 위해 KT에서 받은 상호접속료보다 낮은 수준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유플러스만 높은 망 사용료를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통신사와 개별로 망을 접속하게 되면서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고 품질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이례적으로 이러한 계약 사실을 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밝혔다. KT‧세종텔레콤과 네트워크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페이스북코리아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는 까닭도 있지만, 방통위 항소를 앞두고 티어2(중형ISP)까지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부분을 강조해 소송을 유리한 상황을 끌고 가려는 모양새로도 해석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방통위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1심에서는 페이스북이 승소했으며, 방통위는 즉각 항소 준비에 돌입했다. 물론, 이번 소송은 망 사용료와 무관하며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국내 이용자 이익을 침해한 행위에 관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당시 페이스북은 정당한 사유나 사전협의 없이 갑자기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이용자 접속경로를 좁고 속도가 느린 해외로 변경했다. 이에 네트워크 품질지표인 응답속도는 SK브로드밴드는 평균 29ms에서 130ms로, LG유플러스 무선은 43ms에서 104ms 지연됐다.

당시 페이스북은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논의 중이었던 만큼, 업계에서는 이용자를 볼모로 협상력 우위에 서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페이스북이 특정 접속경로를 통한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언론‧SNS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불편 의견이 게재된 만큼, 소비자 불편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방통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방효창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페이스북은 접속경로 변경에 따른 이용자 피해를)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CP는 네트워크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 하는 게 기본이며, 엔지니어들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접속료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갖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발언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소송 과정에서 접속경로 우회 조치가 이용자 불편을 초래하게 될지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우선 1심에서 페이스북 입장에 손을 들어준 상태다. 이에 방통위는 항소를 밝혔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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