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축인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맞붙고 있다.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행정소송이 진행되면서 논란은 뜨거워졌고,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망 사용료는 단순히 ISP와 CP 간 계약에 그치지 않는다. 역차별 문제와 이용자 요금, 나아가 국내 인터넷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망 사용료 공방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망 사용료를 둘러싼 역차별 이슈가 점화되고 있다. 글로벌 CP와 달리 국내 CP만 망 사용료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핵심은 구글이다. 국내 동영상트래픽 90% 이상을 차지하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정작 망 사용료는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ISP 또한 구글에 망 사용료를 받기를 희망하지만, 돈 낼 생각 없는 글로벌 대형 CP를 협상테이블에 앉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통신사에서 제출받아 지난 9일 공개한 자료 따르면 2015년 국내 CP의 망 사용료 평균단가를 100이라고 했을 때 국내외 CP 망 사용료 단가는 ▲2015년 76 ▲2016년 70 ▲2017년 64 ▲2018년 62로 감소하고 있다. 네이버를 비롯해 연간 10Gbps 이상 사용하는 국내 6개 CP 평균단가도 2015년 100에서 지난해 84로 줄었다. 페이스북 등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글로벌 CP 6곳도 2015년 61에서 2018년 51로 감소했다. 문제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CP다. 이들의 지난해 평균 단가는 고작 14로, 국내 CP와 비교해 6배 차이가 난다.
이 중심에 있는 구글은 한국에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의지가 사실상 없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망 사용료 질의에 대해 “전세계 관행을 보면, 구글 관련 99.9%가 상호합의를 거쳐 비공식적으로 무정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답변하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히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이 구글과 망 사용료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며 “구글에서 협의를 요청한다면 응할 용의가 있다”고 적극 나섰다.
구글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명분으로 캐시 장비와 인프라 투자를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 인프라를 위해 300억달러 투자를 집행하고 유지보수와 해외 트래픽 연동 부분에 대해서도 구글이 부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구글 글로벌 캐시(GGC) 정책을 통해 ISP에 캐시서버를 구축하고 있다. 2012년 LG유플러스, 2013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2013년, 2015년 KT와 계약을 맺었다.
당시 구글에 망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통신사에 불공정한 조건이 담겨 있어, 지금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자칫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소지에 휘말릴까 이 사안에 적극 관여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은 전세계에 동일하게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구글은 2013년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텔레콤과 직접접속 계약을 체결하고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오렌지텔레콤 회장이 구글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발언까지 했다. 여기에는 프랑스 경쟁당국 결정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오렌지텔레콤은 코젠트 트래픽 폭증에 대해 망 사용료를 요구하며 분쟁으로 확대됐고, 프랑스 공정위는 오렌지텔레콤 손을 들어줬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향후 트래픽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CP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통신요금 인상 등 이용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더 크다”며 “대형 글로벌CP의 경우 전체 트래픽의 30~40%를 점유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반면 망 대가는 거의 부담하지 않고 있어, 비용이 모두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