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가 달라졌다. 구광모 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의 색채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구광모 회장 권영수 부회장 체제는 2018년 6월 출범했다. 구 회장은 ‘고객 가치 창출’과 ‘사업 방식과 체질 변화’를 강조했다. 소송이 늘었다. 수시인사 중요성이 커졌다. 수익성을 우선으로 삼았다.
25일 LG전자는 24일(현지시각) 유럽 생활가전 3개사를 독일 뮌헨지방법원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아르첼릭 ▲베코 ▲그룬디히 3개사다. 터키 코치그룹 계열사다. LG전자는 이들이 양문형 냉장고 도어 제빙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LG전자가 문제를 삼은 것은 제빙에 관한 장치를 냉동실이 아닌 냉동실 문에 배치하는 기술이다. LG전자는 관련 특허를 400여건 보유했다. LG전자는 작년 베코에 경고장을 보내고 모회사 아르첼릭과 협상을 해왔다. 지난 6월 LG전자는 미국 GE어플라이언스와 도어 제빙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GE어플라이언스는 중국 하이얼이 GE 가전부문을 인수해 만든 회사다. 이곳과는 소송 직전에 합의했다.
◆LG전자, “삼성전자 QLED TV, 소비자 오인 유발”=LG전자는 지난 19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를 신고했다. 표시광고법 위반행위 혐의를 제기했다. 삼성전자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TV 광고를 비판했다. 삼성전자 QLED TV는 액정표시장치(LCD) TV에 퀀텀닷(QD)필름을 더한 구조다. LG전자는 QLED라는 표현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처럼 소자가 자체 발광하는(자발광) 기술을 활용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케 한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고소했다. 영업비밀 및 특허를 침해했다고 했다. 지난 5월엔 SK이노베이션 및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제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SK이노베이션 등은 화해를 원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양사 최고경영자(CEO)가 만났지만 소득은 없었다.
◆LGD, 실적악화 한상범 부회장 퇴진…정호영 사장, CEO 선임=LG디스플레이는 지난 16일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새 CEO로 선임했다. 한상범 부회장은 실적악화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정 사장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취임할 예정이다.
예전 LG는 계열사가 소송에 휘말릴 경우 구설을 우려해 지주사가 확산을 제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기술과 제품 자체로 하는 경쟁에 무게를 실었다. LG 관계자는 “동시 다발적 소송을 그룹에서 일일이 지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고는 하고 있다”라며 “이전에는 그룹에서 이슈 확산을 자제하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할 수 있는 것까지 지원과 협력을 하는 점이 다른 점”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QLED TV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2017년 삼성전자가 QLED TV 브랜드를 도입한 이후 ‘QLED TV는 자발광이 아닌 LCD TV 일종’이라는 지적을 지속했다. 다만 법적 수단과 비교 시연 등은 자제했다. OLED TV 강점을 부각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번엔 다르다. LG전자가 QLED TV를 저격한 곳은 독일 베를린 IFA2019다. 국내에서만 끝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구광모 회장-권영수 부회장, 색깔 강화…세대교체 가속화=SK이노베이션 대응도 다른 모습이다. LG화학은 2011년에도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분리막(LiBS) 특허침해 소송을 냈었다. 당시 배터리 사업은 권 부회장이 맡았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고객사였다. 양사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합의했다. 소송은 조용히 진행했다. 국내로 한정했다. 해외와 형사까지 판을 키운 올해 소송과는 다른 양상이다.
구 회장 취임 직전 LG는 고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LG 부회장 ▲하현회 LG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 7명의 부회장단이 이끌었다.
구 회장 취임 후 구본준 부회장은 용퇴했다. 권 부회장과 하 부회장은 자리를 바꿨다. 작년 11월 LG화학 박진수 부회장이 물러났다.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했다. 연말 정기인사에서 부회장단 대폭 교체가 점쳐졌지만 박 부회장 퇴임에서 그쳤다. 한 부회장 사임은 정기인사를 3개월여 앞두고 이뤄졌다. 정 사장은 권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대표를 했을 때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했다.
◆구 회장, “위기 양상, 지금까지와는 달라…향후 몇 년 생존 좌우”=구 회장은 지난 24일 사장단 워크숍에서 “L자 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 앞으로의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위기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겠다”고 주문했다.
한편 LG의 공세적 행보와 정기 인사에 시선이 모아진다. LG가 소송 등을 어디까지 끌고 갈지에 달렸다. 소송 중단 등 협상의 열쇠는 공격하는 쪽이 쥐고 있다. 정기 인사는 올해도 역시 부회장단 등 임원의 재배치가 관심사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만 구 회장 체제 수립 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 부회장은 2012년부터 조 부회장은 2016년부터 대표를 맡았다. 수면 아래로 내려간 구 부회장 계열분리도 변수다. LG는 수장이 바뀌면 다른 형제는 일부 계열사를 맡아 독립했다. 어떤 계열사가 대상이 될지 관측은 여럿이지만 구체화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