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와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가운데 법원이 이용제한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2일 서울행정법원 제5행정부(부장 박양준)는 페이스북에 부과한 방통위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정당한 사유 없이 대역폭이 좁고 속도가 느린 해외구간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발생시켰다며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과징금(3억9600만원)과 재발방지를 위한 업무처리절차 개선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행위 관련 이용자 불편을 인정하면서도, 이용의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재판부가 이용제한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으로 판단했다. 안 수석 전문위원은 “개별사안의 특성을 고려해 사법적 정의와는 다른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페이스북 사건의 경우 규제기관이 입법취지를 고려해 합목적적으로 해석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과 관련된 판결에서도 거래를 개별적 계약 자체보다 거래질서 등으로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안 전문위원은 “이용 자체는 가능했지만 실질적으로 서비스 이용을 어렵게 한 행위는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국내 통신환경을 간과한 것도 사실인정의 오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안 전문위원은 “접속속도는 콘텐츠 이용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접속속도 지연은 페이스북 이용의 포기를 유발하는 주요인”이라며 “SNS의 성질,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특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 전문위원은 재판부의 ‘CP인 원고로서는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하여 서비스 품질이 어느 정도까지 저하될 것인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판결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페이스북이 특정 접속경로를 통한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언론, SNS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불편 의견이 게재된 만큼, 소비자의 불편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전문위원은 “페이스북의 인위적 접속경로 변경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 목적론적 해석이 아닌 단순한 문언적 해석에만 치우쳐 방통위가 이용자 이익 침해에 대한 페이스북에 대한 처분행위를 부당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결과적으로 무효인 약관에 대해 ‘페이스북이 일방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고, 스스로 면책되도록 하는 규정을 약관에 사전에 명시했다고 높게 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안 전문위원은 재판부 판결이 국내 통신시장에 대한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각국의 인프라 환경, 국내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해석원칙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접속경로 변경 당시 국내 이용자가 겪은 접속 지연(응답시간 : SKB 29ms → 최대 320ms, LGU+ 43ms → 105ms)은 체감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해외의 낮은 기준으로 국내 이용자가 겪은 접속지연이 현저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국내 인터넷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안 전문위원은 방통위에 대해서는 “이용자 보호의 가치를 관철하기 위해 고등법원에 항소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통해 1심 행정법원의 법리 오해나 사실인정의 오류에 대해 적극 대응해 합당한 판결을 이끌어 내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방통위는 패소 이후 항소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안 전문위원은 “이번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법률의 미비점을 보완해 글로벌 CP에 대한 이용자 보호, 나아가 합리적인 망 이용료 지불의 근거를 마련하고, 국내 인터넷기업과 글로벌CP의 역차별 규제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여야 할 것”이라며 “향후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할때도 소송과는 별개의 입법정비라는 점을 명확히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