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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재판 후폭풍②] 상호접속고시로 시선 돌리는 페북 “세금 이어 망 비용까지 회피”

‘세기의 재판’ 1심 결과가 나왔다. 한국정부와 페이스북이 맞섰고, 재판부는 페이스북 손을 들었다. 접속경로 임의 변경으로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는지 따지는 자리였다. 망 이해에 대한 부재와 법적근거 미비가 초래한 결과다. 페이스북 등은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망 이용대가까지 이해관계를 넓히기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재판부가 이용자 불편을 일으킨 페이스북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맞서 국내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2회에 거쳐 이번 재판 이후 벌어지는 양상과 대책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페이스북 법적공방이 망 사용료로 번지고 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방통위는 접속경로 변경에 따른 이용자 이익 침해 여부를 다툰 것으로 글로벌 IT 업체의 망 이용대가에 관한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지만, 1심 판결 이후 페이스북 등 국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망 비용 과다 책임을 정부정책에 돌리며 시선을 바꾸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7일 페이스북은 미디어간담회를 통해 상호접속고시를 언급했다. 전날 구글, 네이버, 넷플릭스, 카카오, 페이스북 등 국내외 CP는 성명서를 통해 상호접속고시 개정을 요구했다. 2016년 상호접속고시 변경 후 망 비용이 과다하는 주장이 골자다.

통신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비용은 들이지 않고 수익만 취하겠다는 전형적인 이기주의 자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CP는 국내 CP와 비교해 망 사용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하거나 이마저도 내지 않고 있다. 망 비용을 미끼로 국내 CP까지 포섭해 통신 품질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무상으로 망을 사용하겠다는 심보라는 지적이다.

매출 공개를 꺼리며 세금 회피 의혹을 받아온 글로벌 대형 CP들이 이제는 망 사용료까지 내지 않겠다는 의도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다만, 페이스북은 연내 한국지역에서 발생하는 광고매출에 대한 세금을 내는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2017년 이후 약 3년만에 다시 공표하는 부분인데, 실행에 옮기는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CP 측은 2016년 1월부터 시행된 트래픽 기반 인터넷상호접속제도(IX) 변화가 과도한 망 사용료 부담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트래픽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CP 전체가 부담하는 망 이용대가 규모는 IX 제도 변경 이후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2013년 인당 1401MB에서 2018년 6395MB로 급증했으나, 국내 인터넷전용회선 시장규모는 2013년 5021억원에서 2017년 4065억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IX 도입 이전까지는 동일계위간 무정산, 용량기반 정산체계로 운영됐다. 이 때 과도한 트래픽 불균형에 ISP가 트래픽 처리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에 2016년부터 트래픽 기반 상호정산체계로 변경하게 된다. 투자비용 회수 기반을 마련해 통신사 네트워크 투자를 유인하고, 접속이용사업자는 인터넷망 실제 사용에 해당하는 부분만큼 비용을 분담하자는 내용이다.

페이스북은 재판 당시 상호접속고시에 따라 캐시 서버를 갖춘 KT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데이터를 보내면, 망 비용을 내야 하는 점을 들었다. KT가 이로 인해 과다한 접속료를 요구한 만큼, 접속경로를 변경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페이스북 망 사용료는 연간 약 150억원으로, 네이버 약 700억‧카카오 약 300억원과 비교하면 발생하는 트래픽과 비교해 크지 않은 규모다.

이미 구글은 프랑스 오렌지, 독일 도이치텔레콤 등에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일방이 대가를 지불하는 페이드 피어링(paid-peering) 방식을 통해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오렌지망에 직접 연결하고 페이드 피어링 계약을 체결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상호접속고시는 트래픽 기반으로 투명하고 공정하다. 다른 나라처럼 힘의 논리로 움직이지 않고, 규칙을 적용한 진일보 정책”이라며 “국내 통신사가 글로벌 CP와 비교해 협상력이 없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정 규칙을 정하는 것이 공정경쟁 측면에서 옳다”고 말했다.

이러한 트래픽 기반 정산은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 대가 부담을 회피해 온 대형 글로벌 CP 이슈와 관련해 유의미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 ISP에게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넷플릭스, 구글도 해외 주요 국들과 망 사용료 협정을 맺고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며 “한국은 통신인프라가 우수하고 전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최적의 환경이다. 글로벌 CP는 한국시장을 무료로 테스트베드처럼 이용하고 싶은 생각 아니겠느냐”라고 질타했다.

이어 “모든 돈을 내라는 것도 아니고, 통신 품질에 통신사와 CP 모두 책임이 있으니 정당하게 협상해서 대가수준을 정하자는 것”이라며 “한국을 무시하고 망 비용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민단체가 신고한 망 이용대가 차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글로벌 CP와 국내 CP 간 망 이용대가 차별 부분을 살피겠다는 것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글로벌 CP에 망 이용대가 지불 의무가 부여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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