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올해 하반기 우리 IT산업계의 치밀하고 신중한 위기관리대응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한-일 경제전쟁, 세계 전반의 경기침체 우려 등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게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IT기업들로서는 불가항력적인 외부변수의 돌출로 대응이 쉽지않은 상황이다. 다만 애플 등 우리와 경쟁상대에 있는 미국의 주요 IT기업들이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만큼 이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중으로는 접점을 찾게될 것으로 기대했던 미-중 무역갈등은 또 다시 격화되고 있다. 최근 홍콩사태 악화로 인해 중국이 미국의 개입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상황이 더욱 미묘하게 꼬이는 모양새다. 중국은 지난 23일, 750억 달러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했다. 주로 미국 공화당의 강세 지역인 농산물과 자동차산업과 관련한 품목을 겨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이제 필요없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나와라"고 말할 정도로 격앙했다.
한-일 경제전쟁도 당분간은 확전이 불가피하게 됐다.우리 정부가 국익에 따라 지난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지소미아' 파기를 전혀 예상치못했던 일본 정부는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추가 대응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로서는 대일 의존도가 큰 소재 및 부품관련 분야에 대한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치밀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드체 주력 기업의 올 하반기 실적은 물론 제조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대체화및 수급 여부 등에 시장은 민감하게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9일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예정돼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소위 'R의 공포'로 불리는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금리)의 역전현상으로 R의 공포가 제기되면서 미국 다우지수는 올 들어 최대폭인 800포인트 이상 급락한 바 있다. 이어 23일에는 미-중 무역갈등의 격화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또 다시 전일대비 623 포인트(-2.37%) 하락한 25,628으로 마감했다.
◆미-중 무역갈등, 홍콩시위 등으로 더 꼬여 = 중국은 미국의 3000억 달러규모의 자국 제품 관세부과 조치에 맞서 원유와 대두 등 5078개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와 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 12월 각각 실행에 나설 예정이며 금액으로는 약 750억 달러 규모다. 중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25%, 5%의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반격에 미국은 예정대로 9월1일부터 30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중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에 나선다. 앞서 미국은 크리스마스 특수 등 미국내 소비자가격인상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을 거론해 일부 IT기기와 게임기, 민감성 소비재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부과를 12월 15일로 연기한 바 있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홍콩사태 등 여러가지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했을때, 미-중 무역갈등이 단기간에 봉합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중국 당국은 최근 홍콩시위의 확산과 관련 미국의 행보를 내정간섭이라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중국에 제조시설을 둔 미국 IT기업들의 고민이 더 커지고 있고 이런 가운데 우리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최근 애플의 팀 쿡 CEO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세부과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면서 삼성전자를 언급한 것이 주목을 받았다. 팀 쿡 CEO는 '삼성전자는 10%의 관세를 내지않는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애플 등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기위한 우회지원에 나설 경우, 우리 기업들은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다양한 비관세장벽(NTB) 수단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일 경제전쟁, 당분간 갱색 불가피 =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결정은 현재 한국과 일본의 현안인식에 대한 간극이 적지않게 벌어져 있음을 상징한다. 특별한 실마라기 없는 한 당분간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무슨일이 생길지 좀 더 두고 보자"며 일단은 구체적인 해답은 유보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오는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일왕 즉위식 정도를 상황변화의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일본이 이미 한·일 간에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됐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이 없어졌다”며 지소미아 종결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 차장은 “우리는 일본과 강제징용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었고, 이러한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으나 일본은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로 무시로 일관했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차장은 "우리 정부는 7월 두 번에 걸쳐 고위급 특사를 일본에 파견하였으며, 8월 초에는 우리 주일대사가 일본측 총리실 고위급을 통해서도 협의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고 공개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뿐만 아니라 정밀기계, 화학 등 일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수입선 다변화, 민관 협력을 통한 자체 국산화, 우회수입 전략 등 보다 속도감있게 제시돼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앞서 수차례에 걸쳐 소재및 부품, 장비의 국산화 지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함께 지자체와 금융권 등도 소재및 부품 국산화에 따른 세제혜택과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공포, 불확실성 가중 =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성적은 하락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2019년12월 결산법인 코스피 상장사 574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988조24억원으로 전년대비 0.83% 소폭 늘었지만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37%감소한 55조581억원, 또 순이익도 37조4879억원으로 같은기간 42.95% 감소했다.
특히 올해 2분기는 미-중 무역전쟁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돼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1분기 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4분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현재로선 반도체 경기의 반등외에는 시장 분위기를 역전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3일. 전일대비 2.71포인트 하락학 1,948로 마감했다.금융투자업계는 미-중 무역갈등이 타결될 경우 연내 코스피지수를 2250~2400선으로 예상한 바 있으나 현재로선 여의치 않아 보인다.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률도 기관들마다 다르지만 당초 예상보다 하향으로 수정하고 있다. 우리 경젱의 성장율을 올해 초 2.3%~2.5%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현재는 2%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