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올해 2분기 유료방송시장의 표정이 엇갈렸다. 성장세를 이은 인터넷(IP)TV와 달리 케이블TV는 가입자 누수가 계속됐다. 유료방송 양 축의 격차가 심해지는 가운데 하반기 IPTV 사업자 주도 인수합병(M&A) 추진이 이를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통신방송업계에 따르면 IPTV 3사는 모두 2분기 가입자 수가 확대됐다. 업계 1위 KT는 IPTV 가입자 811만3000명을 기록해 전분기보다 14만7000명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4만1000명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497만1000명)는 전분기대비 12만3000명, 전년동기대비 41만7000명 상승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IPTV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했다. LG유플러스(424만1000명)는 전분기보다 9만2000명, 전년동기보다 45만1000명 성장했다.
가입자가 늘며 실적도 고공행진 했다. KT는 2분기 IPTV를 포함한 미디어 사업에서 5441억원 매출을 올렸다. 1년 전보다 11.7% 오른 수치다. SK브로드밴드의 2분기 IPTV 매출은 322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2% 상승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 IPTV 매출은 21.3% 성장한 249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4994억원 매출을 낸 이 회사는 연내 IPTV에서만 1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IPTV는 출범 이후 성장세가 꾸준했으나 그동안 망 투자와 마케팅 비용, 프로그램 수급비용이 상당 투입된 만큼 수익성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통신사들의 유무선 사업이 정체되는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두자릿수 성장이 거듭되고 있다. 케이블TV 인수합병을 예고한 통신사들의 경쟁적인 몸집 키우기도 계속되는 중이다.
반면 유료방송업계 또 다른 축인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업계 1위 CJ헬로의 케이블TV 가입자는 눈에 띄게 빠져나갔다. 전분기보다 8644명 줄고 1년 전보다 2만8836명 감소한 420만3222명을 기록했다. 특히 케이블TV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은 전분기대비 113원, 전년동기대비 268원 감소한 7329원이었다.
가입자 이탈은 케이블TV 업계 전반에 나타나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수(6개월 평균)를 봤을 때 IPTV 가입자는 직전 상반기보다 67만4875명(1.32%) 늘어난 반면 케이블TV 가입자는 12만185명(1.09%) 줄었다. 같은 기간 IPTV와 케이블TV 간 가입자 격차 또한 107만명에서 185만명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현상은 올 하반기 IPTV 사업자 주도의 인수합병 추진과 맞물려 더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IPTV 사업으로 실적개선 중인 통신사들은 케이블TV 인수합병 이후에도 IPTV 중심으로 가입자 유치 정책을 운영할 가능성이 커서다. 가입자 및 ARPU 하락세가 뚜렷한 케이블TV 사업을 대신 IPTV 사업으로 전환시켜 시장 파이를 늘리는 게 통신사 입장에선 이득이다.
IPTV로의 가입자 전환 흐름이 뚜렷한 상황에서 케이블TV 업계의 독자생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여부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약진 등 새로운 미디어업계 판도 변화도 변수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IPTV 가입자가 늘어난다고 시장을 낙관하긴 어렵다”면서 “통신사들은 5G 투자로 무선 실적이 악화되며 상대적으로 미디어 실적이 돋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OTT나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의 국내 진출 등 견제 요소가 많은 만큼 업계 인수합병이 마무리된 후에도 변화에 발맞춘 새 서비스를 계속 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