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또다시 제자리걸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간 입장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못했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의원 간 이견도 커 공회전만 계속되고 있다.
과방위는 다음 달 유료방송 규제개선방안과 관련해 정부 단일안을 제출받아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열린 국회 과방위 법안2소위 당시 쟁점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소관 다툼 ▲지역성 우려 ▲합산규제 일몰 여부로 좁혀진다.
◆과기정통부‧방통위 ‘합산규제 반대’, 사후규제방안은 제각각=법안2소위에 참여한 의원 모두 유료방송 규제개선방안과 관련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간 협의되지 않은 의견으로 단일안을 제출하지 못한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공식적으로 합산규제 재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은 합산규제 재도입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고, 김재영 방통위 사무처장 또한 방통위원 모두 합산규제 재도입에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방통위는 합산규제 일몰을 전제로 하고, 공정경쟁을 도모할 수 있는 사후규제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소관부처 문제로 단일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수정안을 가져왔지만, 방통위와 합의되지 않은 안이라는 것이 국회 과방위 판단이다. 결국 부처 간 협의된 최종안을 다시 제출해야 해, 한 달의 시간이 더 소요된 셈이다.
양 부처는 이용약관‧요금 승인과 다양성평가 문제에서 의견이 갈린다. 과기정통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정사업자에 대해 결합상품에 관해서 승인제를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는 방통위가 지정 고시하는 시장집중사업자 개념을 도입해 이용약관과 요금을 승인제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다양성평가의 경우 과기정통부는 현행 평가제도에서, 방통위는 미디어다양성위원회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각각 주장한다. 결국 소관 문제다.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은 “유료방송시장 사후규제 논의는 2007년부터 12년째 계속돼 왔는데, 아직까지 정부는 사후규제안을 만들어오지 못했다”며 “방안을 만들라고 일몰 시한을 정해놓았는데, 법안이 일몰될 때까지 아무것도 안했다”고 질타했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과기정통부에게 한 달의 시간을 줘 규제개선방안을 가져왔는데, 주요 부처 중 하나인 방통위조차 의견조율을 못 마쳤다”며 “단일안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이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합산규제 ‘폐기 vs 연장’ 힘겨루기 팽팽=이에 김성태‧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박선숙(바른미래당) 의원 등은 제대로 된 사후규제안이 나와야 합산규제를 폐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김성수‧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 등은 현 시장 상황에서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는 의미가 없으니 사후규제안에 대해서만 협의하자며 팽팽하게 맞섰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소관부처 문제라 부처 간 결론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국회가 입법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며 “과기정통부는 지적받아 마땅하지만, 일몰은 일몰대로 하고 사후규제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시장에 혼란을 주니 합산규제 법안을 폐기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응해 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은 “합산규제 관련 법안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 의견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도 “규제개선 방안의 실효성 등과 관련해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를 종료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이 원활한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여당 의원들 주장대로 합산규제가 사실상 일몰되더라도 야당 측 반대로 유료방송 규제개선방안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합산규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역성‧OTT시장‧규제부담 지적 이어져=이날 법안2소위에서는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에 대해서만 논쟁한 것은 아니었다. 통신사가 지역 케이블(SO)을 인수해 보도 권한 등을 갖게 됐을 때 겪을 수 있는 문제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으로의 영향, 오히려 확대된 규제부담 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IPTV 사업자(통신사)가 케이블을 인수하는 이유는, SO가 수익성이 높아서도 서비스 품질이 우수해서도 아니다. 가입자 확보 수단”이라며 “통신사는 IPTV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지만, 케이블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열악한 상품을 만들어 IPTV로 가입자를 이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케이블은 보도 역할을 하며, 지역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IPTV에도 그러한 권한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숙 의원도 케이블에서 진행하는 지역선거, 후보자 토론회 등을 예로 들며 양 부처 간 세부적 협의를 요청했다. 박대출 의원도 공영방송이 지역단위 방송을 통폐합했을 때 오히려 지역성이 축소된 지상파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IPTV가 지역채널을 전국적으로 재송신할 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인수합병(M&A)을 통해 어떻게 지역성을 보완할지 사전절차를 통해 보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변재일 의원은 “정부에서 개정안을 낼 때 OTT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며 “현재도 글로벌 OTT사업자에게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데,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성태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사후규제안을 만들어왔지만, 더 많은 사전규제와 사후규제가 있다”며 “전체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혁신한다며, 오히려 규제 대상을 늘리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민원기 차관은 “지역성을 담보하고 공공성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과도하다는 평가가 있다면, 같이 입장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