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디즈니+, 애플TV+ 등 초대영 온라인동영상(OTT) 서비스의 연속적인 시장진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 시장에서의 경쟁구도, 사업전략, 비즈니스 모델, 콘텐츠 제작 및 수급 등과 관련해 다양한 변화가 촉발될 것으로 예측됐다.
17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Disney+, Apple TV+ 진입 등에 따른 글로벌 OTT 시장 경쟁환경 및 사업전략 변화’ 보고서를 통해 디즈니 등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자체 OTT 서비스 론칭이 본격화돼 콘텐츠 수급과 사업자간 경쟁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1년간 디즈니+, 애플TV+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셜OTT 등 초대형 OTT 서비스 론칭 계획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초대형 OTT의 연속적 시장진입은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은 넷플릭스와 아마존 비디오 2강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전체 OTT 시장 규모는 성장세이지만 후발 진입 사업자가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신규 진입이 대부분 중소규모 사업자여서 2강이 제공하는 콘텐츠 및 서비스 품질과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디즈니, 애플, 워너미디어 등이 속속 OTT 서비스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구도 변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디즈니는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를 올해 11월 론칭할 계획이다. 디즈니 스튜디오,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디즈니가 보유한 콘텐츠는 미디어 업계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즈니는 SVOD를 광고 없이 월간 6.99달러 수준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넷플릭스의 절반 수준이다.
AT&T도 워너미디어를 통해 내년초 프리미엄 OTT 서비스를 출시한다. AT&T는 워너브러더스, HBO, 터너 등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콘텐츠 사업자들로부터도 다양한 콘텐츠를 수급할 계획이다. 이밖에 애플도 올해 하반기에, 컴캐스트는 내년에 자체 OTT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대형 OTT 서비스 출현이 가능해진 이유는 대형 M&A가 잇달아 성사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ISDI는 "대규모 M&A의 동인은 넷플릭스 등 메이저 OTT 사업자에 대응하기 위한 전통적인 미디어 사업자의 덩치 키우기 전략과 콘텐츠-플랫폼간 수직적 결합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대형 콘텐츠 사업자가 중간 판매상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했다면 앞으로는 자체 OTT 플랫폼을 활용해 이용자에게 직접 콘텐츠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AT&T, 컴캐스트, 차터 등 주요 유료방송 사업자들도 OTT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자기잠식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자체 OTT 서비스 제공을 주저했다. 하지만 유료방송 시장의 정체에 비해 OTT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OTT 시장 진출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OTT 시장에 대형 사업자들이 속속 진입하며 콘텐츠 제작 및 수급 상황도 변화가 예상된다. 고품질 콘텐츠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콘텐츠 투자 확대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특히, 디즈니, 워너미디어 등이 핵심 콘텐츠 공급을 중단할 경우 기존 OTT 플랫폼 경쟁력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KISDI는 "향후 디즈니, 워너미디어 등 메이저 콘텐츠 사업자가 자체 플랫폼에 콘텐츠를 독점 제공할 경우 기존 OTT 사업자의 콘텐츠 비용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 역시 관련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OTT 서비스 동시 가입(multi-subscription)을 통한 콘텐츠 이용 욕구를 충족하는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어 향후 관련 시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OTT 서비스 복수 이용자의 피로도(subscription fatigue) 및 경제적 부담감이 커질 경우, 관련 시장 성장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KISDI는 조건에 따라서 현재의 글로벌 OTT 시장 경쟁 구도가 디즈니플러스 등의 대형 콘텐츠 직접판매(D2C) OTT 중심으로 재편되고, 전통적인 방송서비스와 로컬 사업자가 크게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의 넷플릭스와 아마존 비디오 2강 구도가 유지되고, OTT-방송서비스와 글로벌-로컬 사업자가 공존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도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