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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시대 차세대시스템 방향⑤] 새로운 차세대는 언제 등장할까?

올해 금융권에 대형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올 한해가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지는, 한번 쉬어가는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는 빅뱅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에서 시스템 별로 단계적으로 개발을 하는 새로운 형태에 대해 금융권의 고민이 진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다. 은행의 경우도 3기 차세대에 대한 논의가 불거지고 있고 증권업계에서도 장비 노후화로 인해 새로운 시스템 개발 요구가 있어 시스템 구축 방법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디지털데일리는 새로운 금융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대한 전망과 현 상황을 분석해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신 ICT기술이 금융 차세대시스템의 향방을 결정한 것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기술발전, 특히 ICT기술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동안 포물선을 그려왔다.

다만 최근 ICT 기술을 수용하는 금융권의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새로운 중요기술이 IT부서만의 전유물이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기술의 경우 사전 검증을 위한 PoC가 현업 부서에서 발주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예전 같으면 IT부서에 기술검증 및 테스트를 의뢰했겠지만 이제는 해당 기술을 직접 사용해야 하는 부서가 기술을 검증하는 식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 2일 디지털금융그룹을 ‘은행 안에 은행(BIB, Bank in Bank)’ 형태의 별도 조직으로 운영키로 하고 디지털금융그룹에 사업추진의 독립성과 예산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했다.

디지털금융그룹은 예산 및 인력 운영, 상품개발 등에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핀테크 기업과 오픈API 기반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디지털금융 생태계를 조성해 갈 계획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ICT 도입에 있어 IT부서의 주도권이 약해진 것은 아니다. 현업에서 아직은 그럴 여유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업에선 그야말로 현업의 일을 처리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데 ICT기술에 대한 일까지 떠맡게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디지털, ICT사업의 방향이 변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IT사업에 있어 조직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대형 차세대시스템 사업의 경우 내부적인 의견 통일과 거버넌스 체계 마련이 중요해졌다. 여러모로 앞으로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이전과 달리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진 셈이다.

그동안 차세대시스템은 현업이 요구사항을 제시하면 IT부서는 그동안 해왔던 방법론으로 접근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애자일(Agile)과 기존 방식의 중간적 성격이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관점에서 프로세스 혁신(PI)에 대한 명확한 결과 도출이 무엇보다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의 사례처럼 계정계를 연장시키면서 마케팅, 채널 혁신을 이끌어가는 의사결정은 본받을 만 하다”고 전했다.

그런 점에서 올해 말, 내년 초 발주될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금융권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물론 현재 KB국민은행이 진행하는 ‘더 케이 프로젝트’도 국내 금융 차세대시스템 사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업이지만 계정계를 제외한 사실상의 정보계 사업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차세대시스템의 전체적 그림을 들여다보기에는 2% 부족해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내년 발주 예정인 우체국금융의 차세대시스템을 비롯해 상반기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이르면 하반기 다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선 중요한 수용 과제는 클라우드의 도입이다. 이미 많은 금융사들이 클라우드를 일부 업무에 도입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비핵심업무 위주로 도입되던 클라우드가 핵심업무에 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첫 시험무대는 우체국금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체국금융은 인프라의 클라우드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체국금융은 관련 규제 및 사항을 고려할 때 클라우드 전환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다르다. 우선 지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명회에서 금융당국이 ‘풀 클라우드 뱅킹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모든 것을 클라우드에 올리는 시스템에 대해선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관리감독을 하는 규제당국 입장에서 ‘규제의 편의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클라우드에 대한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너무 빨리’는 지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체국금융이 차지하는 위치가 묘하다는 점에서 전격적인 클라우드 도입도 가능해보인다. 우체국금융은 우정사업본부 산하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예산 등도 우정사업본부 상위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사를 받는다. 과기부가 클라우드 확산에 대해 속도면에서 금융위보다 적극적이라는 면에서 과감한 선택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어 주목되는 것은 여전히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다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프로세스를 밟는다는 입장으로 본인가까지 이어질 경우 최소 1개 이상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 IT업계에서는 적어도 디지털 뱅킹 시대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더 출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일반 은행이 다를 게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 은행도 메뉴판으로 보면 다를 게 없다. 호텔에서 파는 우동과 포장마차에서 파는 우동은 레시피와 재료의 차이다. 디지털 뱅킹으로 가려면 채널과 마케팅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실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금융 IT시스템 자체에선 별다른 파격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이후의 인터넷은행의 경우 클라우드의 도입이 어디까지 이뤄질지 관건이다. 시스템 구축을 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이미 코어뱅킹에 대한 클라우드 대응을 완료했다는 입장이어서 파격적인 시스템 구축이 표면상으론 가능하기도 한 상황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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