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5G가 상용화되면서 망중립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지만, 갈등만 커지는 모양새다. 5G 시대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관리형 서비스, 제로레이팅, 망이용대가 등과 관련해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고 시민단체까지 망중립성 훼손 반대에 나섰다. 정부가 나서 5G통신정책협의회를 꾸리면서 정책방향을 제시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활동을 마쳤다.
학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망중립성과 관련해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보통신정책학회는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9 ICT 정책-지식 디베이트’를 열고 망중립성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나, 역시나 이견만 재확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망중립성과 관련해 ▲구글 등 글로벌CP와 국내사업자 간 역차별 ▲관리형서비스 ▲제로레이팅 ▲상호접속료 등을 다뤘으며, 첨예한 입장차를 나타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역차별 문제는 실제 접속료 문제”라며 “네이버‧다음을 통해 메일을 해외로 보내고 외국에서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국 CP가 통신사업자(ISP)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반면, 구글 등 해외사업자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경로값만 사기 때문에 다른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넷플릭스 또한 컴캐스트에 접속료를 지불하는 등 해외에서는 통신사가 CP에게 망이용대가를 받고 있다”며 “국내 통신사가 협상력이 있다면 개별 계약을 통해 해결되겠지만, 국내에서는 역차별이 대두되고 있고 해외사업자에 대한 불공정 이슈가 무력화되고 있다. 망중립성 규정, 새로운 수익배분 측면에서 깊게 고민하지 않으면 산업적으로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석환 아주대 교수는 “더이상 개인이 망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 기업이 전용망처럼 사용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정산이 중요해졌다”며 “현대자동차, 제조사 등이 CP가 돼 통신사와 B2B 계약을 맺고 5G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협력과 혁신적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인데, CP가 망중립성만 붙들고 있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리형 서비스, 제로레이팅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한 쪽에서는 자율주행‧원격의료 등 인명과 관계된 중요한 서비스를 지연 없이 빠르게 이용하고, 제로레이팅을 통해 이용자 데이터 혜택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른 한 쪽에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관리형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보편적인 다른 인터넷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통신사가 과거 보이스톡 등장 때 이를 반대했던 사례를 들며, 지배적사업자 위치를 악용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박경신 교수는 “SK텔레콤이 11번가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한 것처럼, 자사 콘텐츠와 계열사에 대해 도입하게 된다. 이 때 시장지배사업자 지위를 감안해야 한다”며 “과거 통신사는 보이스톡 등장 때 음성매출 손해를 이유로 서비스를 차단하려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전용회선료의 경우 KT는 1mbps 월 85만원, SK브로드밴드 10mbps 월 363만원, LG유플러스는 10mbps 월 419만원, 미국 AT&T 100mbps에 월 993달러(한화 약 117만원)로, 국내 통신사가 훨씬 비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대근 잉카리서치 대표는 “유럽은 관리형서비스를 일정 조건 아래 제공하도록 하며, 최소품질 규제를 제시하고 있다”며 “제로레이팅은 시장지배력 전이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경쟁이 활성화될 때 제로레이팅으로 소비자 편익은 증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정훈 연세대 교수는 “3G와 4G 대역폭보다 많아지게 되면, 희소자원이 아니라 가용대역이 많아지게 된다”며 “네트워크를 논리적으로 분리해 독자망처럼 구성해 사용할 수 있고, 5G에서는 장비단에서 초저지연 통신을 지원할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 방식이기 때문에 서비스 간 대역을 자유롭게 오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