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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딜레마…소송 준비와 기술 유출 사이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LG화학이 딜레마에 빠졌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 준비 과정에서 기술 유출이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출할 소송 자료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전달했다. 해당 자료에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기술이 포함돼 국외로 나가는 경우 산업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양사가 보유한 배터리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돼 있다. 국가핵심기술의 공개 수위를 정하는 절차인 셈이다.

현재 산업부는 LG화학에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 서류를 보완하는 차원의 요청이었다”며 “미국 정부에 제출하기 때문에 기술 유출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관련 검토는 별도 조직인 국가기술전문위원회에서 진행한다.

SK이노베이션도 해당 사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당연히 기술 유출로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면서 “기술 정보가 밖으로 나가는데 유출이 안 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산업부의 요청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화학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LG화학 측은 “미국 법원 ITC는 ‘비밀보호명령’ 제도를 통해 자료 유출을 엄격하게 막고 있다”며 “이를 어길 시 중범죄로 판단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자료 준비와 함께 각각 글로벌 대형 로펌을 선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LG화학은 덴톤스, SK이노베이션은 코빙턴앤드벌링과 손을 잡았다. 덴톤스는 변호사 수만 6000명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로펌이다. 코빙턴앤드벌링은 지적재산권 소송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해당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양사 모두 얻을 것이 없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분쟁은 플러스 요인이 없다. 재판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기술 유출 문제도 있어서 양사의 원만한 합의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미국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2차전지 관련 핵심 기술 및 인력을 탈취했다는 것이 요지다. 양사는 잇달아 입장을 발표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법적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양사의 소송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이번 분쟁은 장기전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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