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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2019년의 후지쯔'... 과감한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후지쯔 포럼 2019' 행사가 열린 16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중심부 지요다구의 도쿄 국제포럼 컨벤션 센터에는 역시 예년처럼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다.

후지쯔는 매년 도쿄와 독일 뮌헨에서 '후지쯔 포럼'으로 명명된 대규모 연례 행사를 갖는다. 자사의 최신 기술과 성과를 홍보하고, 향후 기술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다. 일본 내 기업 고객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IT업계의 관계자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행사에 참여한다.

그러나 올해 '후지쯔 포럼' 행사는 예년의 행사와 비교해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새 CEO 선임, 후지쯔의 핵심 키워드 '인간중심 지향, 그리고 신뢰'

먼저, 이번 행사에서 후지쯔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진두지휘할 새 CEO를 공식화했다. 올해 6월 이사회를 승인을 거쳐 CEO에 오르는 타카히토 토키타 부사장(사진. 上)이 새 CEO를 맡게된다.
후지쯔의 새 CEO로 내정된 타카히토 토키타 부사장
후지쯔의 새 CEO로 내정된 타카히토 토키타 부사장

현 CEO인 타츠야 타나카 사장(사진. 下)은 회장으로 물러난다. 타나카 사장은 원래 내년까지 임기가 보장됐지만 후지쯔의 혁신 분위기를 일신하기위해 1년을 앞당겨 토키타 부사장에게 바통을 넘기는 용단을 보였다.

새 CEO를 맡게된 토키타 부사장은 금융 시스템엔지니어(SE)분야의 전문가로, 최근에는 8개국 1만4000명의 글로벌 딜리버리 조직을 이끌어왔다.

실제로 이날 행사도 타나카 사장에이어 두번째 기조연설을 진행한 토키타 부사장이 후지쯔의 핵심 비전을 비중있게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첫 CEO 데뷔전을 가졌다.

그는 후지쯔가 지향하는 핵심3대 과제로 글로벌(Global), 인간중심의 기술지향(Human Centric), 후지쯔 스스로의 혁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올해 행사 주제인 '신뢰' (Driving a Trusted Future)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강조했다.
회장으로 물러나는 타츠야 타나카 CEO, 후지쯔의 혁신을 위해 임기를 1년 앞두고 후임자를 위해 용퇴했다.
회장으로 물러나는 타츠야 타나카 CEO, 후지쯔의 혁신을 위해 임기를 1년 앞두고 후임자를 위해 용퇴했다.

후지쯔가 기술과 비용절감을 주제로 고객에게 접근해왔던 기존 IT기업의 모습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다. 신기술이 지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는 고객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IT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믿을 수 있는 기업으로서의 후지쯔의 위상과 품격을 새롭게 제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후지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팅 파워와 안전을 위한 기술의 역할, 높아지는 사이버 보안에 대한 대응, 인공지능(AI) 등 새롭게 쏟아지는 신기술의 윤리적 문제까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앞으로 후지쯔의 글로벌 전략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후지쯔는 차세대 컴퓨팅 기술인 양자컴퓨팅 기술을 강화하기위해 캐나다의 1QB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와 제휴하고, 또한 지난해에는 벤쿠버에 AI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거점 전략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후지쯔가 강조하고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술적 개방성과 함께 글로벌 지향적 IT전략도 함께 의미한다. 현재 후지쯔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해 MS(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하게 제휴하고 있다.

과거 후지쯔는 일본에서 검증된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데 방식에 익숙해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이제 변곡점을 맞이하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지쯔가 글로벌 IT기업으로서의 새로운 포지셔닝을 원한다면 그에 따른 홍보나 마케팅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 후지쯔가 실체보다는 낮게 평가되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앞으로 이 갭을 어떻게 줄여나갈지도 관심이다.

◆AI, 빅데이터, 고성능 컴퓨터 등 혁신 기술에 자신감

후지쯔가 이번 포럼에서 특히 강조한 '인간 중심의 기술 지향' 전략은 후지쯔의 새롭게 변화된 제품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광풍속에 AI(인공지능)을 비롯한 혁신적인 신기술이 각 산업에 적용되고 있고,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가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AI와 같은 신기술을 인간이 신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AI가 내린 결론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게 후지쯔의 판단이다.
'후지쯔 포럼 2019' 전시관 정문. 'Driving a Trusted Future'(신뢰할 수 미래로 간다)라는 행사 타이틀이 선명하다.
'후지쯔 포럼 2019' 전시관 정문. 'Driving a Trusted Future'(신뢰할 수 미래로 간다)라는 행사 타이틀이 선명하다.

후지쯔는 이번 행사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J 센델 교수를 초청해 'AI와 인간의 역할'에 대해 깊게 성찰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후지쯔 경영진은 만약 AI가 내린 결론이 '설명될 수 없는 것'이라면 결국 사람은 AI를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IT 신기술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향후 IT전략에 핵심 가치가 될 것임을 역설했다.

이같은 후지쯔의 인식은 급격하게 클라우드 중심으로 IT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는데 대한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용료를 지불하고 IT를 사용하는 클라우드 시대의 수요자들에게는 IT의 가격 요인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신뢰'할수있는 IT기업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한편으론 이는 후지쯔가 AI, 빅데이터,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강한 자심감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도해석될 수 있다. 가격경쟁 요인을 월등하게 뛰어넘는 기술적 가치를 앞으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후지쯔의 '인간 중심적 기술 지향'은 사이버 보안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걸맞는 안전한 보안기술을 동시에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생체인증과 같은 특화된 보안제품뿐만 아니라 후지쯔의 제품라인업 전반에도 보안기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후지쯔 포럼 2019' 행사장을 가득메운 후지쯔의 최신 솔루션들은 이러한 '인간 중심 지향'의 달라진 후지쯔의 슬로건이 반영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기위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재난과 재해로 부터 공공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위한 스마트워크 시스템, 이종 언어의 번역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AI기반의 번역 솔루션, 안전한 결제를 위한 생체인식솔루션 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 중 AI기반의 영상분석(Visual inspection) 솔루션은 그 발상이 신선했다. 우리가 사는 주변의 건축물이나 시설물, 철근 지지대의 부식을 영상(스마트폰 등)으로 찍어 지자체나 공공기관에 전송한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은 드론을 이용해 영상 데이터를 확보하다. 그러면 해당 기관은 영상화면을 AI로 분석해 노후도를 파악하고, 실제로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판단이 되면 재난이 발생하기전에 대응이 가능하도록 조치한다.
이번 행사에서 관심이 매우 높았던 '디지털 어닐러' 부스
이번 행사에서 관심이 매우 높았던 '디지털 어닐러' 부스
◆양자컴퓨팅 기술에서 영감을 얻은 후지쯔의 야심작 '디지털 어닐러'

올해 행사에서 관람객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지난해 5월, 후지쯔가 처음 공개한 바 있는 '디지털 어닐러(Annealer)' 시스템이다. 아직 국내에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초기이지만 후지쯔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제품이다. 이번 포럼 행사장에서도 이를 소개한 부스에는 특히 관람객이 많이 찾았는데, 여기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후지쯔는 '디지털 어닐러'를 양자컴퓨터 분야의 로직을 기반으로 만든 시스템(Quantum-Inspired)으로 정의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아직 상용화될려면 멀었지만 큐비트(Qbit)의 개념과 로직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계산기능에 월등한 컴퓨터 성능을 발휘하도록 먼저 개발한 것이 이 '디지털 어닐러'이다. 이날 후지쯔는 '디지털 어닐러'를 적용한 독일의 폭스바겐은 자동차 백미러 디자인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단 1초만에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계산해 최적화된 결론(Optimization)을 내리고자 할 때 이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할때, 금융회사가 고객의 타깃을 세분화한 상품을 개발할때, 창고 및 물류회사가 최적의 비용으로 물류의 루트를 구할때 효과적이다.

후지쯔는 이 '디지털 어닐러'시스템을 온 프레미스(On Premises, 자체 구축) 형태로 제공하지만, 클라우드 방식으로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때로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경우, 기업은 필요한 비용만 지불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다.

후지쯔의 글로벌 전략기획부 소속의 타카하시 노나카 디렉터는 "계산 작업이 많고, 데이터를 보관할 필요가 있는 연구소 분야는 이 시스템을 '온 프레미스'방식으로 활용하려는 비중이 높고, 일반 기업들은 클라우드 방식을 활용하는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후지쯔 포럼 2019'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후지쯔의 차세대 슈퍼컴퓨터인 '포스트 - K' 는 이번에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후지쯔측은 기존의 슈퍼컴퓨터인 'K'보다 100배 이상 성능이 향상된 '포스트-K'가 2021~2022년경에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일본) =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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