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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플랫폼 갈등 고조…“배달원 소모품 취급” vs “시장 양성화 앞장서”


[디지털데일리 이중한기자] 배달대행 플랫폼은 대부분 기존 지역 배달대행 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업체 운영방식에서 플랫폼 체제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메쉬코리아 본사 앞에서 라이더 부당해고 규탄하는 ‘부릉 라이더 2차 단체행동’ 집회를 열었다. 메쉬코리아는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은 '부릉 월 매출은 100억, 기사는 맘대로 해고?'라는 슬로건으로 이윤을 얻는만큼 책임도 져야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라이더유니온 “플랫폼사 배달원 소모품 취급”=부당해고는 메쉬코리아의 강서 화곡지점에서 일어났다. 이 지점은 일반음식점 배달운임 3700원,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 운임은 3200원으로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었다. 메쉬코리아 측은 이를 일반음식점 운임 3200원, 프랜차이즈 3000원으로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기를 제안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메쉬코리아가 삭감에 반발한 전 지점장을 내쫓고 현 지점장으로 교체했다”며 “교체 후 배달운임 500원 삭감이 결정됐다. 현 지점장은 이에 반대하거나 기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라이더 4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배달대행 플랫폼이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라고 하지만, 규제가 없어 마음대로 근무조건을 바꿀 수 있다”며 “기술의 진보로 노동여건이 퇴보했다”고 덧붙였다.

메쉬코리아와 각 지역 지점장은 위탁 계약 관계다. 지점장은 라이더를 알선한다. 이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통한 위탁관계일 뿐 새로운 산업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메쉬코리아는 필요할 때는 라이더에게 강력한 지휘·감독을 한다. 반면 필요 없을 때는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소모품 취급한다”이라고 토로했다.



메쉬코리아 “라이더 한명 한명 소중해”=메쉬코리아의 주장은 달랐다. 전 지점장은 내쫓은 게 아니라 계약 해지이며 운임 삭감과는 무관한 부당이익 취득이 이유라고 밝혔다.

전 지점장은 라이더에게 월 10만원씩 부릉 프로그램 수수료를 받았다. 수수료, 보증금, 보험료를 합해 총 5000만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취했기 때문에 계약 해지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라이더 부당해고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현 지점장이 라이더들에게 사과하도록 하고, 근무 복귀를 제안하는 등 중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미 해고나 불만으로 떠난 라이더 대부분이 다른 배달대행 플랫폼에서 일하고 있어 부릉 강서지점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임금 삭감 등 갑질 논란에 대해 “라이더가 항상 부족해 모집을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고 있다”며 “라이더는 수익이나 근무 여건 등이 좋은 곳으로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어 갑질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메쉬코리아는 지난 4일 카카오톡 채널 '부릉 그린센터'를 열었다. 라이더에게 불합리한 수수료, 부당해고 등에 관한 제보받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그린센터를 통해 매우 많은 제보를 받고 있다”며 “라이더 확보가 중요하다고 해서 불법적인 일까지 용인할 수는 없어 협의 후 계약 해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배달대행 플랫폼 관계자는 부릉 규탄 집회에 대해 “플랫폼 사가 운영 투명화를 위해 제안해도 기존 업체에서 편의상 관행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중한 기자>leej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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