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정선기자] 최근 국내 렌탈 업계에게 가장 뜨거운 해외 시장은 말레이시아다. 국내 렌탈 업체 대부분이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거나 본격적인 진출을 진행 중이다. 말레이시아의 어떤 점이 이들을 유혹하고 있을까.
11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코웨이, 쿠쿠홈시스, SK매직, 청호나이스 등 국내 렌탈 가전 업계가 말레이시아에 집중해 해외 렌탈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웅진코웨이는 말레이시아 법인을 통해 2018년 매출 3534억원 영업이익 623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계정도 100만개를 돌파했다. 올해 내에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해 2020년까지 동남아 지역 200만 계정 달성이 목표다.
쿠쿠홈시스도 말레이시아 진출 3년만에 현지 법인을 통해 2018년 매출 1185억원 누적 계정수 60만개를 넘어섰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주변 국으로의 해외 판매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청호나이스와 SK매직의 경우 각각 지난해 2월과 12월 현지 법인을 설립해 시장 개척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전문 판매인력 2000명 가량을 확보하고 세를 늘려가고 있으며 SK매직은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 공식 할랄인증 기관 '이슬람개발부(자킴)'로부터 6개 정수기 제품의 할랄인증을 받았다.
동남아시아의 많은 지역 중 말레이시아에 국내 렌탈 가전 업계가 몰리는 것은 문화적, 경제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우선 말레이시아는 렌탈 가전을 사용하기에 충분한 경제력과 소비 수준을 갖추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17년 기준 1인당국내총생산(GDP) 9944달러(약 1134만원)을 기록해 한국이 GDP 1만841달러(약 1236만원)를 기록한 2000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렌탈 시장이 확대된 시점 또한 이와 유사해 진출 적기였다는 판단이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대부분의 수도관이 노후돼 정수기 사용 비율과 필요성이 높다. 렌탈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는 집이라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공공상수도관과 집안 수도 사이에 정수 시설을 설치한다. 정수기가 없으면 생활 용수에 녹물이 베어나오기 때문.
다음으로 문화적 요인도 있다. 렌탈 사업의 핵심인 정기적 관리를 위해서는 방문이 필수다. 외부인의 방문을 꺼리는 문화권에서는 렌탈 사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손님을 꺼리지 않는 문화를 갖추고 있는데다 한국처럼 인구 밀집 지역이 많아 정기적 방문과 관리를 위한 전문 인력 구비와 운용이 수월하다.
아울러 정기적인 요금 납부를 위한 카드, 금융 서비스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것도 강점이다.
문화권이 다른 만큼 어려움도 있다. 말레이시아 인구 60%가 이슬람으로 할랄 인증이 필수에 가깝다. 할랄 인증 과정은 4~5개월 이상 소요되며, 해당 단체 파견 인원이 제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살피게 된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이슬람 시장에서는 할랄 인증을 받아야 유통이 용이한데 할랄 인증이 식품에만 부여돼 정수기에 할랄 인증을 내린 사례가 없었다"며 "정수기도 먹는 물을 만드는 것이니 할랄 인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정수기 할랄 인증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후 말레이시아에 진출하는 후발 주자들은 대부분 정수기 할랄 인증을 받고 있다.
이어 "말레이시아는 경제력과 니즈를 모두 갖춘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한류 바람과 신남방 정책으로 다양한 협력이 이뤄지며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도 더욱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