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부가 통신업계를 향해 5G 통신비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 5G 요금제 인가 과정에서부터 정부가 ‘5G 보편요금제’ 카드를 만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를 재확인됐다.
조동호 후보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를 통해 “5G시대 요금체계의 경우,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요금체계를 보완해 중저가 요금체계가 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며, 구체적인 가계통신비 절감 방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 후보는 5G 요금 관련 질의가 나올 때마다 대체로 보편요금제를 언급했다. 5G 보편요금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한 대목이다. 물론, 조 후보는 후보일 뿐 현재 과기정통부 장관이 아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준비를 과기정통부와 함께 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조 후보는 기업의 초기 투자비용을 고려해 요금인하에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답변도 내놓았다. 그러나 보편요금제를 도입하겠다는 주장과 연관시켰을 때 중저가 요금제 도입이 기업용 시장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답변처럼 앞뒤가 맞지 않다.
조 후보는 “시간이 지나면 가계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대부분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있어 가격이 비싸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가격이 낮아진다”라며 “소비자(B2C)뿐 아니라 기업(B2B) 수요를 창출하게 되면 망 활용도가 높아지고, 투자비용을 환수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니 가계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요금제 수준을 정했을 때 오히려 기업시장에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LTE 보편요금제는 지난해야 출시됐다. 그러나 정부 바람과 달리 알뜰폰 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는 데이터 1GB를 주는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를 주장했고, 유사요금제를 통신사들이 출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편요금제는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나친 민간 개입 등의 이유로 유보된 상태다.
5G 보편요금제 움직임은 조 후보 인사청문회 이전에도 진행돼 왔다. SK텔레콤이 7만원대부터 시작하는 5G 요금제를 과기정통부에 인가신청을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정부는 대용량 고가구간만으로 구성돼 있던 점을 문제 삼았다. 중저가 요금제를 포함시키라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정부 요구에 따라 보편적 5G 서비스 접근성을 위해 5만원대 요금제를 새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 26일 제35기 정기 주주총회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5G는 보편적 서비스보다 특정한 고객부문을 타깃으로 한다”며 “그럼에도 보편적 서비스로 접근성을 주기 위해 5만원대 요금제를 마련했다. (기본 데이터 제공량에) 도달하더라도 사용이 끊이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정부가) 만들어달라고 해 그렇게 서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5만5000원 요금제를 마련해 재인가를 신청했다. 데이터 8GB가량을 제공하고 이후 1Mbps 속도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로 볼 수 있지만, 민간시장에서의 가격결정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5G는 당장 모든 국민에게 필수적인 보편적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신 인프라는 국민 기본서비스지만, 5G까지 포함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단계다. 좀 더 많은 국민들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통신비 절감 방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제 시작되는 5G 시장에 제한부터 건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또한, 5G는 단말 서비스로 국한되지 않고 자율주행‧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파생산업의 기본 인프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2020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까지 꾸준한 5G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결국 초기 요금제부터 정부가 관여할 경우, 통신사의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5G가 보편적 서비스가 되기 힘든 구조”라며 “국소지역 대용량 데이터 사용자 중심으로 가입하기 시작할 텐데 5만원대 요금제 사용자는 5G를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제공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