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통신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5만원대 5G 요금제를 추가했다. 중소량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중가 요금제를 추가하라는 정부 요구에 따른 조치지만, 소비자‧기업 모두 만족하지 못할 계륵으로 남을 가능성만 커졌다.
SK텔레콤은 지난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5G 요금제 인가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처음에 제시한 ▲7만5000원 기본제공 데이터 150GB ▲9만5000원 200GB ▲12만5000원 300GB 요금제에서 5만5000원 요금제를 추가했다. 데이터 제공량은 10GB 이하며, 이를 모두 소진한 경우 1Mbps 속도로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26일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열린 제3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5G는 보편적 서비스보다 특정한 부문을 타깃으로 하지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5만원대 요금제를 만들었다”며 “(기본제공 데이터를 모두 사용해도)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 충격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과기정통부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5G에 대한 고객 기대감을 5만원대 요금제에서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4K 초고화질(UHD) 영상이나 가상현실(VR) 콘텐츠를 1시간 시청했을 때 12.3GB가 소요된다. 이미 5만원대 요금제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초과한다. 5G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도 안 된다는 의미다.
8K 영상을 감상할 경우, 1시간 시청 기준 22GB가 필요하다. 물론 SD는 0.4GB, HD는 1.3GB, 풀HD는 2.2GB 정도 소모되는데 이는 5G가 필요한 콘텐츠로 보기 어렵다. LTE로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통신사가 기본데이터 제공량을 늘리면 되지 않겠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면 LTE 요금제가 붕괴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초기 5G시장을 대응하기 위해 현재 LTE 요금제를 뒤흔들기 어렵다. 속도제어(QoS)를 LTE 요금제와 동일한 1Mbps로 설정하고, 데이터 나눠쓰기 혜택 등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진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동일한 월 요금에서 LTE보다 5G 데이터 제공량이 많아진다면, LTE 요금은 대체될 수밖에 없다. 물론, LTE 스마트폰으로 5G 요금제에 가입할 수는 없다. 반대의 경우는 가능하다. 그렇다고, 기존 중가 요금제 사용자가 데이터를 더 준다고 해서 고가의 5G 단말로 교체하는 상황을 보편화시키기도 어렵다. 얼리어답터와 대용량 데이터 사용자 중심의 요금제를 먼저 내놓은 후, 5G 시장 추이에 따라 요금제 조정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5G로 당장 바꾸지 않아도 LTE 요금제와 단말로도 충분히 모바일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5만원대 5G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가 있겠지만, 초기 5G 시장에서는 도시 중심의 데이터 헤비 유저 중심으로 가입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5G를 체험하고 싶은 고객의 선택을 받겠지만, 하루도 안 돼 한 달 5G 데이터 제공량을 소진할 수 있는 만큼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