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제조사 로욜이 세계최초라며 폴더블폰을 공개한 적 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보다 빨랐다. 하지만, 당시 로욜 폴더블폰을 판매 가능한 상용화 제품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전세계는 지난달 애플 심장부로 불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삼성전자 폴더블폰에 더 크게 주목했다.
최근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모토로라 ‘모토Z3’을 통해 다음 달 11일 5G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버라이즌은 ‘최초’를 강조했다. 버라이즌 최고기술책임자는 “5G 최초 기록을 이어간다”고 언급하며 5G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모토Z3을 소개했다.
버라이즌의 5G는 로욜 폴더블폰을 연상케 한다. 고객 전용으로 선보인 모토Z3는 5G 모듈을 장착할 수 있는 LTE 스마트폰이다. 상용화 계획을 밝힌 곳도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내 일부 지역뿐이다. 이 지역을 모두 합쳐도 서울 전역 크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한국은 갑자기 위기에 빠진 듯 바빠졌다. 출시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도 통신사도 제조사도 분주하다. 한국이 5G 세계최초 타이틀을 차지해야 한다며, 언론에서도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첫 번째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 출시일정이 미국보다 행여 늦으면 안 된다는 염려로 가득하다.
미국이 갤럭시S10 5G와 대등한 5G 단말을 들고 나와 주요 도심지역에 본격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버라이즌이 밝힌 계획만 놓고 보면 아직 한국의 5G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 서울과 수도권, 6대 광역시 도심 지역에서 5G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5G는 LTE 스마트폰이 아닌 5G 전용 단말로 개발됐다.
남들보다 빠르다는 것, 1등이라는 자리는 당연히 가치 있지만 이번 건은 다르다. 조급하지 않고 우아함을 지켜도 될 정도의 수준이다. 상황은 이러한데 이상하게도 한국은 급박하다.
며칠 빨리 5G폰을 내놓는다고 세계최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5G폰을 먼저 내놓으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품질테스트 등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 5G를 선택하는 고객은 고가의 단말과 요금제를 감당하더라도 새로운 서비스를 체험하고자 한다. 촉박한 출시일정에 혹시라도 품질에 문제라도 생기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하는 고객도 있다. 최초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은 최고다. 이를 위해서는 최상의 5G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