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산 넘어 산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문제에 이어 카카오T대리 문제로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 월 회비를 내면 대리 콜을 우선 배정해주는 ‘프로서비스’를 대리기사 업계에서 문제 삼고 나섰다.
29일 대리기사업계에 따르면,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위원장 김주환)은 이날 경기도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연다. 프로서비스를 포함한 유료서비스 폐지 요구가 목적이다.
프로서비스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11월 도입한 유료 정책이다. 월 회비 2만2000원(부가세 포함)을 내면 콜 우선권을 얻는다. ‘콜마너’등 제휴사가 올리는 콜 우선권과 미가입 대리기사보다 콜을 먼저 받을 수 있는 ‘프로단독배정권’을 매일 2개씩 지급받는다.
자유롭게 가입이 가능한 프리미엄 서비스지만 사실상 강제 가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리기사노조의 입장이다. 서비스 미가입자는 프로서비스 가입자가 남긴 격오지 콜이나 초단거리 콜 등 소위 ‘똥콜’만 배정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프로서비스 가입 대리기사가 많아져도 문제다. 전체 대리 콜 수는 한정돼 있으므로 모든 대리기사가 유료 서비스를 가입하게 되면 콜 우선 배정이 무의미해진다는 지적이다. 프로서비스 도입 전후로 매출은 똑같은데, 월 부담하는 비용만 2만2000원씩 늘어나게 된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서울지부 이창배 사무국장은 “서비스 초반에는 소수의 대리기사만 가입했을테니 매출 증가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프로단독배정권 작동시켜도 예전 대비 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많다”며 “또 당초 카카오 측이 2016년 대리기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운행 수수료 외 별도 비용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을 어긴 것, 믿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 대리기사들도 월 2만원대의 추가 부담이 당장 생존을 좌우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현재는 캐시백 형태로 월 회비를 돌려주고 있어 사실상 무료 서비스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의 전례가 경쟁사 ‘로지소프트’ 등 업계 전반으로 퍼질 경우 부담이 몇 배로 커질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현재도 카카오모빌리티보다 다른 업체의 갑질이 더 심각하다는 대리기사들의 반응이 많다. 특히 ‘프로그램 쪼개기’는 대리업계 고질적인 업체 횡포로 지적된다. 서울과 수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업체의 경우, 임의로 카카오T와 같은 프로그램을 A,B,C 3개로 나눠 판매한다. 대리기사들은 프로그램 하나당 월 1만5000원씩, 총 4만5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업체들이 대리기사들에게 부여하는 ‘숙제’도 원성이 자자하다. 저녁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대리콜이 가장 많은 ‘황금시간’에 2~3건 운행 합계 금액 4~5만원을 채우지 못하면 다음 날 불이익을 준다. 숙제를 못한 대리기사는 자동배차권(희망 지역 배차)을 주지 않는다. 업체끼리 대리기사를 끌어오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생긴 관행이다.
지방 업체들은 하루에 ‘출근비’ 명목으로 1000~1500원을 따로 받는다. 10만원에 달하는 보험료‧관리비는 또 별도다. 대리노조 역시 이번 집회 취지를 “향후 로지 등 업체 갑질을 분쇄하기 위한 투쟁의 전초전”이라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리포트2018’에 따르면 ‘카카오T대리’ 서비스는 운행 가능 승인기사 약 12만4000명, 누적 이용 승객 240만명, 누적 운행 건수 2000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월별 운행 건수는 서비스 출범 초기인 지난 2016년 6월 약 40만건에서, 지난해 9월 기준 80만건 이상으로 약 2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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