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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잃어버린 10년

- 5G 상용화, LG전자 스마트폰 반등 기회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대착오적 생각 중 하나로 이런 예를 들었다. ‘스마트폰은 일시적 유행이니 일반폰 사업에 집중하라는 컨설팅 결과가 있었다’라고. 사실이다. LG전자가 세계 유수의 컨설팅 업체에게 의뢰해 받은 결론이다. LG전자 경영진의 생각은 같았다. 지금이야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때는 그랬다. 이후 10년. 판매량 세계 3위까지 갔던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다.

물론 당시 LG전자만 판단을 잘못한 것은 아니다. LG전자를 포함 2000년대 후반 휴대폰 판매 상위권 경쟁을 하던 5개사가 엇비슷한 결정을 했다. 노키아 삼성전자 소니에릭슨 모토로라도 애플의 시장 도전을 찻잔 속 태풍으로 여겼다. 이들 중 회사와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뿐이다. 소니에릭슨은 에릭슨이 발을 빼 소니가 휴대폰 사업을 떠 맡았다.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주인이 여려 번 바뀌는 등 브랜드만 남았다. LG전자와 소니는 여전히 어렵다.

판단착오의 대가는 컸다. 안 팔리니 입소문이 안 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주변에서 찾을 수가 없다. 드문드문 보이는 이용자는 품질에 불만을 제기한다. 판매량는 더 줄어든다. 판매량이 적으니 부품 수급 비용이 높다. 원가경쟁력이 떨어진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원할치 않다. 신제품 차별화가 힘들다. 내가 어려울 때 남도 어려우면 다행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국가 단위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을 홈그라운드로 둔 중국업체 성장은 놀라웠다. 박리다매도 무서운데 기술까지 늘었다. 소비자가 제품을 산 후 통신사를 고르는 자급제가 강한 시장에서 중국업체 점유율을 빠르게 상승 중이다. 제품도 가격도 브랜드도 우위를 자신할 수 없다. 악순환의 골이 깊어진다.

5세대(5G) 이동통신은 LG전자에게 온 마지막 기회다. LG전자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 통신사는 올해부터 5G 스마트폰 가입자 경쟁에 들어간다. 미국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애플은 올해 5G폰이 없다. 애플에 베이스밴드칩(통신칩)을 공급하는 인텔이 준비를 하지 못했다. 중국도 없다. 중국 대표선수 화웨이는 5G에서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공급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정부 등이 보안 우려를 제기했다. 정치적 상황과 물려 쉽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2월24일(현지시각) LG전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첫 5G폰을 공개한다. LG전자의 건투를 빈다. 한국 스마트폰 산업을 위해서도 LG전자 부활이 절실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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