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새해 벽두 불거진 넥슨 매각설이 기정사실화되고 중국 기업과 사모펀들이 인수에 눈독을 들인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업계 전반에 자조적인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일단 국내 게임업계 1위 기업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충격이다. 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시장에선 국내 게임 중 가장 잘 나가는 ‘던전앤파이터’의 주인이 누가될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다.
여기에 더해 ‘중국 기업만은 안 된다’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최근 국내로 넘어오는 중국산 게임들의 완성도와 시장 진입 속도를 보면 무서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이 중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 좌지우지될 생각만 하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러나 한편으론 넥슨이 팔린다고 해서 ‘이 정도로 동요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지금 사태를 업계 외부에서 더 요란스럽게 보는 듯싶다. 넥슨을 떼고 봐도 국내엔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옛 블루홀), 펄어비스 등 쟁쟁한 기업들이 많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스마일게이트RPG의 ‘로스트아크’, 펄어비스의 ‘검은사막(모바일)’은 게임 이용자들이 ‘갓(God)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갓게임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최고로 인정받은 게임에만 붙는 별칭이다. 그동안 리그오브레전드(LoL) 등 외산 게임들이 독차지했던 별칭을 이제 국내 게임들도 갖게 된 것이다. 긍정적인 현상이다.
얼마 전엔 위메이드가 중국 현지 지식재산권 소송에서 승소한 소식을 알렸다. 저작권을 철저히 무시해온 중국에서 콘텐츠 지식재산(IP) 권리를 인정받았다는 것은 게임이 크게 성공한 것만큼 기쁜 소식이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 얘기했을 때, 묵묵히 소송을 준비하고 선입견에 맞서 싸운 회사 측의 뚝심이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업계 전체로 봐도 의미를 둘 만한 진전이다.
게임을 알코올·마약과 동일선상에 놓을 정도의 중독물질로, 공부를 방해하는 장애물 정도로 취급하는 국내에서 10조원 이상의 세계 톱5 규모의 산업으로 일궈낸 것을 보면 게임업계의 저력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넥슨이 흔들려도 국내 게임업계는 무소의 뿔처럼 갈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내 게임업계가 안방(국내)에서 뒷심을 받아 집밖(국외)에서 좀 더 목소리를 키울 수 있었으면 어떨까 싶다. 정책 입안자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밝힌 대로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어떤 방식으로 보답할진 모르겠으나, 게임업계가 우려하는 바를 최소화하는 엑시트 전략을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