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삼성전자 실적이 드디어 꺾였다. 재작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고점’ 논란은 작년 3분기까지는 우려에 그쳤다. 작년 2분기에도 스마트폰 정체 등 영향으로 실적이 주춤한 바 있으나 반도체만은 상승세였다.
4분기 비수기 진입, D램 가격 하락에 이어 데이터센터 수요 둔화가 가중되고 미·중 무역전쟁, 아이폰 판매 부진 등 대외변수마저 겹쳤다. 다만 이번 실적 하락은 이미 업계에서 예견된 일이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이유다.
8일 삼성전자는 2018년 4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59조원,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87%, 전년 동기 대비 10.5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38.53%, 전년 동기 대비 28.71%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243조5100억원,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이 예상된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4%,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7% 증가한 수치다.
4분기 실적 하락은 우선 증권가와 업계 예상대로 서버 D램 수요 둔화 영향이 컸다. 데이터센터 고객이 축적된 재고를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면서 수요는 급랭했다. 일부 고객사는 D램 가격이 더 하락하기를 기다리며 구매를 미뤘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신규 CPU 제품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 영향도 있었다. 애플 아이폰 판매 부진과 더불어 스마트폰 시장 정체가 심화하면서 모바일 D램 수요도 줄었다. 여기에 일회성 성과급 지출도 몰려 하락 폭이 깊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작년 4분기에 내부적으로 서버 D램 수요가 예상보다 심각함을 인지했으며 이를 기관투자자와도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11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밝힌 메모리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환산 생산량 증가율) 예상치도 하향 조정했었다.
업계에선 이번 4분기 쇼크를 충분히 예상해왔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유연하게 분기별로 공급을 조절하는 전략을 진행 중이다. 올해 D램 신규 투자가 0K라는 관측이 나온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업황 둔화가 계속될 전망이다. 4분기 비트 출하 감소로 1분기 가격 하락 압력이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비수기와 메모리 가격 하락이 끝나고 서버 수요 다변화 등 새로운 수요처 발생이 가시화하는 시점이 올해 하반기일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D램 하락 추세 장기화가 예상되는 현재로선 업황 개선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확정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4분기 실적 악화를 초래한 데이터센터 업체 수요 둔화가 일시적 재고조정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 변수로 떠오른다. 단순 재고조정이 아닌 1년이 넘는 중장기적 설비투자 계획이라면 올해 하반기도 낙관하기 어렵다.
다만, 4차 산업혁명과 5G 도래로 반도체 수요가 부활하리라는 점에 대해선 업계 이견이 없다. 앞으로가 중요한 이유다.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조절을 통한 수급 균형이 올해 하반기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는 최신 제품 수주에 성공하면서 향후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에서 최근 IBM 서버용 CPU를 7나노미터(nm)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으로 생산하는 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과 추가 수주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QD(양자점·퀀텀닷)-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 투자가 가시화하고 있다.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라인을 전환하는 투자가 예상된다. 스마트폰 사업도 정체를 지나 새로운 변곡점이 기대된다. 한편에선 폴더블 스마트폰 수요 충족을 위한 A5 투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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