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기업은 소홀했고,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제2·3의 KT아현 통신구 화재 사고를 대비해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KT통신국사 화재 관련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화재를 비롯한 내·외부적 요인으로 통신망 마비 및 장애사태가 또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선,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후 2시 KT혜화전화국에서 통신3사 긴급 대책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도 소집했다. 서울 주요 일대 통신장애를 일으키며 후폭풍을 불러온 만큼, 통신사 수장과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유 장관은 “국민 안전을 비롯해 심각한 현상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성·공공재 측면에서 멀리 봐야 한다”며 “통신3사 CEO와 긴급회의를 통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통신재난 대응체계 정비 ▲실태점검 대상 확대 ▲화재 방지시설 설치범위 확대 ▲통신사 간 협력체계 구축안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각 CEO에게 통신사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과기정통부는 향후 재난발생 때 조기 수습을 지원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내달 말까지 근본적인 통신재난 방지·수습 대책을 수립한다. D급 통신시설을 포함한 중요 통신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점검도 추진한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KT아현지사는 D급 통신시설로 분류됐다.
피해범위가 광범위한 A~C등급 80개시설은 과기정통부에서 전수 점검하고 있다. 이외 D등급 시설 835개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D등급 시설 화재만으로도 수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은 만큼, 이번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화재 방지시설 설치범위도 확대된다. 소방법상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500m 미만 통신구는 통신사와 협의해 CCTV, 스프링클러 등 화재 방지시설 설치를 추진한다.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법을 준수한 만큼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의무화범위를 확장했더라면 더 빨리 수습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또한, 재난 때 통신사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고발생 때 통신사 간 우회로 사전 확보 등 다각적 방안을 수립하는 등 통신사 간 위기상황 협력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KT는 화재 복구과정에서 LG유플러스 광케이블망을 일부 활용했다. SK텔레콤 5300식 및 LG유플러스 3000식 총 와이파이 8300식을 KT 가입자에게 개방했다.
유 장관은 “통신구 화재로 국민생활 불편을 끼치는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고 직후 매뉴얼에 따라 상황 공유 및 복구를 추진했으나 피해가 너무 컸고 정부·기업 모두 준비가 부족해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D등급을 포함해 모든 등급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백업망 확보 문제까지 모두 검토하겠다”며 “3사 공동 인프라 구축에 대한 협의는 이전보다 전향적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정부가 관심을 갖고 사후대책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