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한국전파진흥협회(회장 하현회, RAPA)가 정보통신기술(ICT) 기금사업을 운영하면서 제대로 정산하지 않거나 계약관리 업무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기간내에 결과물을 제출하지 않거나 계약 내용대로 용역을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16년 전파진흥협회는 ICT 기금 전담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과 65억원 규모의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르면 지급받은 사업비 사용잔액과 사업기간 및 종료 후 발생한 이자수입에 대해서는 전담기관이 지정하는 계좌로 반납하도록 되어 있다.
당시 전파진흥협회는 예산 중 5억원에 대해 UHD 중계방송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를 위해 A사와 협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4월 사업 종료 후 A사는 전파진흥협회에 정산보고를 하면서 잔액 및 이자발생액 5200여만원을 반납했다.
하지만 전파진흥협회는 과기정통부의 감사를 진행했던 올해 4월까지도 기금 전담기관인 KCA에 반납하지 않고 임의로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1년여 동안 임의대로 보관했다는 점에서 과기정통부 감사가 없었다면 전파진흥협회가 잔액을 편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파진흥협회는 2015년에도 ICT 기금으로 진행한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을 수행하면서 부적정하게 인건비를 집행했다. 사업인력 인건비는 해당사업에 참여하는 인력에 대해서만 지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전파진흥협회는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협력사업실 직원들을 참여 연구원으로 등록시킨 후 인건비를 편성해 5800여만원을 집행했다.
감사결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파진흥협회에서 수행한 ICT 기금사업 중 해당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고 과제에 참여하지도 않은 타부서 직원에게 7888만원의 인건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한 전파환경 조성을 위해 수행한 EMC 기술지원 사업에서도 부적정한 인건비 집행이 이뤄졌다. 2015년 전파진흥협회는 수행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경영지원부 소속 직원 2명을 과제 참여 연구원으로 등록해 이들에게 인건비와 연구수당 명목으로 총 8133만원을 집행하는 등 2017년까지 정보통신·방송 연구개발 15개 사업에서 총 1억5000여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했다. 과기정통부는 전파진흥협회에 경고와 함께 총 2억2900여만원을 회수하라고 조치했다.
전파진흥협회가 매년 상당한 규모의 ICT 기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의 감사는 올해가 처음이었다. 정부 기금사업이 많은 협단체의 경우 통상 2~3년마다 감사를 받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파진흥협회는 출범 이후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를 거치는 동안 단 한차례의 감사도 받지 않았다.
등록단체의 경우 법적으로 주무부처 장관에 관리감독 권한이 있다. 실제 관리감독은 소관부서가 한다. 전파법 규정에 의해 설립된 전파진흥협회는 과기정통부내 전파정책국이 담당한다. 올해 과기정통부가 감사를 진행한 것도 올해 초 용역사업 등에서 잡음이 불거지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감시가 소홀하자 여러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왔고 결국 과기정통부는 올해 4월 처음 재무감사를 진행했다. 감사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과기정통부 역시 그동안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