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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구혜선이 읽어준다는 ‘리딩북’…오디오북과 다른 점은?

- 밀리의서재 콘텐츠사업팀 김태형 팀장 인터뷰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들으면서 보는 책 ‘리딩북’에 이병헌, 변요한, 구혜선 등 스타 군단이 합세했다. 특히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 이병헌이 읽어주는 <사피엔스>는 이용자 저변 확대에 큰 공을 세웠다. 지난 19일 기준, 공개 7일 만에 1만5000명이 다운받아 리딩북 차트 1위로 뛰어올랐다. 2위도 변요한의 목소리가 담긴 <역사의 역사> 리딩북이다.

리딩북은 전자책 업체 밀리의서재(대표 서영택)가 지난 8월부터 선보인 ‘하이브리드 독서’ 콘텐츠다. 오디오북과 전자책을 결합했다. 책 내용을 전부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작가 혹은 전문가가 핵심 내용을 30분 내외로 발췌‧요약해 들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리딩북 개발에 참여한 김태형 밀리의서재 콘텐츠사업팀 팀장<사진 오른쪽>은 “리딩북의 기획 취지는 어려운 책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 콘텐츠”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텍스트로 집중해 읽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리딩북은 긴 시간 아니라 30분 정도만 투자해 듣기만 해도 책 한 권의 매력을 읽어낼 수 있는 효과를 내도록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오디오북은 책 전문을 성우가 읽어 녹음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런 방식으로 책 수백페이지를 모두 녹음하려면 제작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TTS 방식은 비용이 적게 들지만 아직 기술이 완전치 않다. 말의 고저나 장단이 사람과 달라 독서 몰입을 방해한다.

더군다나 글과 말은 호흡과 문법이 다르다. 책은 극본 등을 제외하면 구어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작성된 글이다. 독자 입장에서도 전문을 귀로 듣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눈으로도 읽기에도 어려운 내용은 귀로 들으면 더 어렵다. 오디오북을 끝까지 다 들어도 기억은 남지 않는 경우도 있다.

리딩북은 책의 내용을 발췌할 때 책 내용을 요약하면서 전문가 해설을 덧붙인다. 이 작업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연구 작업자도 있고, 선정된 ‘리더’가 전문성을 발휘해 원고를 작업하기도 한다. 책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들어가기도 하고, 전문가에 따라서는 ‘인상 깊었던 내용’ ‘가장 참신한 내용 및 관점’을 기준으로 발췌하는 경우도 있다.

책 선정이나 배분도 리더의 성향에 맞춰서 진행한다. 예컨대, 경영경제 서적은 이동우콘텐츠 연구소의 이동우 소장이, 인문사회 분야는 ‘문송언니’가 맡는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북튜버’나 저자가 직접 참여한 리딩북도 있다.


조금 대중적인 서적은 배우나 유명인이 맡기도 한다. <고슴도치의 소원> 리딩북 제작에 참여한 배우 구혜선은 본인이 평소 동물에 대해 관심에 많다는 점이 고려됐다. 목소리 톤과 연기가 책의 색채와 잘 어울리기도 했다. 현재 제작 중인 <문제는 무기력이다> 리딩북은 개그맨 김수용이 참여했다. ‘다크써클’ 등 피곤함과 무력감을 개그 소재로 활용한다는 점이 책의 주제와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밀리의서재는 향후 일반인들도 리딩북 리더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현재 리딩북은 1권에 1개의 리딩북만 제공하지만, 참여자가 늘어나면 여러 버전의 리딩북을 선택해 듣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사피엔스> 리딩북 버전을 비교하면서 듣거나, 선호하는 리더가 큐레이션해 주는 리딩북을 즐길 수도 있다. 현재도 리더 성향에 따라 리딩북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르다. 원문 발췌를 중시하는 타입이 있는가 하면, 팟캐스트 방송처럼 여러 명이 편하게 좌담회를 나누기도 한다.

리딩북의 주 타깃은 다독가보다는 독서에 관심이 있음에도 시작이 어려운 이들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이 1년에 읽는 책은 평균 8.3권이다. 전년 대비 0.8권 줄었다. 1년에 1권도 읽지 않는 사람도 40% 수준이다.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일,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김태형 팀장은 “사람들이 책을 왜 많이 읽지 않을까를 생각해 보면,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영화, 유튜브, 게임 등 즐길 콘텐츠가 많아진 것도 한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며 “콘텐츠 간 점유 시간 경쟁이 되면서, 독서도 접근성을 높이고 장벽은 낮춰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로 인기를 끄는 리딩북도 인문학, 경영경제 서적 등 읽기에 난이도가 있는 책들이다.

김 팀장은 “기존 출판 시장은 책을 지속적을 구매하던 사람들로 시장이 유지됐다면, 밀리의서재에는 책은 읽고 싶지만 실제 행위로 이어지지 못했던 이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며 “모바일을 통한 전자책 독서는 눈이 아프고 불편하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좋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실제 독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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