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카드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금융공동망 혁신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편리함 탓에 다른 나라보다 유독 높은 보급률을 보여왔던 국내 신용카드 중심의 지급결제 시장에 대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를 이용하는데 편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편의성을 위해 가지고 있는 생태계 구성이 기본적으로 고비용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차에 경기불황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구제책 중 하나로 카드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카드를 대신할 직불승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로페이’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지급결제시장의 한 축을 담당해왔던 신용카드 기반의 지급결제 구조 자체에 대한 혁신논의가 불거진 것이다.
지난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지급결제 시장 전반에 대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최종구 위원장은 의미 있는 답변을 했다.
“결제시장 전반의 쇄신, 혁신 필요에 공감한다”며 “수수료 인하의 경우 직불형 모바일 카드가 도입되면 중간 단계가 없어져 효과가 있다. 다만 결제사업자들이 금융결제망에 진입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관련부처와 상의해 새로운 지급결제 혁신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
이는 금융당국 수장이 기존의 지급결제시장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주목받는다. 지급결제 혁신은 단순하지만은 않다. 기존의 지급결제방식은 은행들의 자금이 오고가는 금융결제원의 금융공동망, 카드사들의 전표 매입과 처리 등을 담당하는 VAN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인프라가 엮여 있다.
그동안 핀테크 사업자들이 나서 간편송금과 간편결제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이들 역시 금융공동망, VAN 등 기존 인프라를 외면하고 사업을 전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이 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VAN의 경우 입지가 날로 좁아드는 것이 사실이다.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VAN사를 거치지 않고 카드 등을 승인하는 ‘직승인’이 이미 보편화되고 있으며 조건이 까다로운 금융공동망 가입 및 사용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일 기미가 감지된다.
결국 지급결제 혁신은 기존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구하는 선과 인프라를 어느 정도까지 열어줄 지가 관건이다. 금융공동망의 경우 회원사들인 은행이 회비를 통해 운영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들은 자신들의 비용으로 금융공동망을 운영하는 만큼 이타적 운영이 허용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공동망은 사회적 인프라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 오픈 API를 통한 수수료 절감 움직임이 대두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기도 하다.
VAN의 문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지급결제의 한 축을 담당해왔던 이들에게 무작정 시장을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다. 시장에서 배제가 아닌 공생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때다. 다만 경쟁시장에서 VAN 사업자 역시 자구책은 물론 대안을 스스로 내놓아야 할 책임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검토될 지급결제 혁신은 ‘데이터 경제’, ‘오픈 플랫폼’ 등 다양한 시장 플레이어가 과도한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경쟁하게 되는 시장 조성이 우선이다. 여기서 금융당국의 정책이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급결제 혁신이야 말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