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매달 1000억원 이상의 P2P 대출이 취급되고 있다. 하지만 P2P 시장에서 사고가 이미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 피해가 커지면 신뢰를 잃게 되고 이는 P2P 시장의 고사를 의미할 수 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업계 선도 업체가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율규제안을 마련했고 디지털금융협의회 출범을 통해 자정 노력에 들어간 것이다”
최근 렌딧, 8퍼센트, 팝펀딩 등 3개 P2P 금융사가 인터넷기업협회와 손잡고 ‘디지털금융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은 렌딧 김성준 대표는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P2P업계가 양적 성장은 이루고 있지만 질적 성장에는 의문이 있다"며 "자율규제안 마련 및 규제안에 동의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한 협의회 구성을 통해 건전한 시장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초 렌딧, 8퍼센트, 팝펀딩 등 3개사는 ‘디지털금융협회’와 같은 독자 협회를 구상하고 있었다. 현재 P2P업계에는 P2P금융협회가 존재한다.
렌딧, 8퍼센트, 팝펀딩 등 3개사도 당초 P2P금융협회의 초기 멤버였지만 독자 협회 운영에 나서기로 하며 여기서 탈퇴했다. P2P 금융시장에 투자자피해가 늘어나면서 강력한 자정활동을 위해선 새로운 시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성준 대표는 “각자가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협회 운영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단체 조직 전에 자율규제안을 먼저 내놓은 것도 시장 정화를 위해선 더 늦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라며 “인기협은 인터넷기업과 관련한 업체들이 모인 전문단체로 협회 운영 노하우와 투명성 면에서 조직이 잘 되어 있다. 또, 오랫동안 대관과 정책업무를 해 왔고 국회와 관계도 형성돼 있어 정책당국과 얘기하는데도 중요한 채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시장에서 규제는 사업에 족쇄를 의미한다. 핀테크 업계가 규제완화를 외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금융협의회는 협의회 출범 전에 자율규제안을 먼저 내놓았다. 이는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의 경우 P2P 대출에 있어 부동산 비중이 각각 5%, 20% 내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동산 담보와 PF대출을 합치면 65% 이상이라는 평가다.
김성준 대표는 “국내 P2P 대출의 대부분이 위험자산에 편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에 금감원이 업계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한 이후 부동산 대출에 대한 위험 신호를 시장에 던지고 있다. P2P업계가 건축 시공사에게 자금을 대주는 조달처가 되고 있는 셈”이라고 자적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금융협의회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시 정부부처와 업계의 대응을 참조해 자율규제안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자율규제안은 여신을 다루는 금융회사가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자산건전성이 중요하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시 국회 입법조사처 등 보고자료 등을 참고했다. 저축은행감독규정상에 명문화된 부동산 담보 대출 비율 등을 적용해 자산건전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투자자보호를 어떻게 할지 여부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규제안에 동의하는 P2P 업체를 대상으로 협의회 참여사도 늘려나갈 생각이다. 디지털금융협의회는 이르면 이번 달부터 새로운 회원사 가입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협의회가 발표한 자율규제안에 부합하는 지 여부 등을 확인해 기준에 충족한 업체들을 회원사로 받아들일 계획이다. 물론 협의회 자체에 법적 구속력이나 조사권이 없는 만큼 ‘실사’와 같은 조사행위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의 검증 작업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준 대표는 “투자자의 자산을 제대로 분리보관하고 있는지 여부,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자산이 안전한지 자산건전성 여부 등을 따져보려 한다. 자금 분리 등의 경우 금융사에 공문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P2P업계가 두 개의 협회로 분열되는 것에 향후 업계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양분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해 김 대표는 “협회 양분화에 대한 우려는 이해된다. 다만 시장 초반에는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갈 필요가 있다. 정부 유관부처에서 법정협회 요구가 명시될 경우 협회 통합 등의 방법이 논의될 것이다. 다만 급한 것은 산업의 빠른 성장에 따라 양적성장을 뒷받침하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