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부산 지하철 1호선. 8량 열차가 탈선했다. 기관사가 피해를 살피러 객실을 가로지른다. 선로엔 열차에서 빠져나온 승객이 빼곡하다. 종합관제소와 앞뒤에 위치한 역 그리고 후발 열차 대응에 따라 피해는 최소화할 수도 더 커질 수도 있다. 실시간 정보 공유와 일관된 구조 체계, 승객 탈출 유도 등 각종 정보가 기관사의 손에 들린 단말기에서 객실, 역사, 역무원, 관제사, 구조대 등에게 바로 바로 전달된다.
있어선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재난은 예고가 없다. 안전을 위한 준비엔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 부산교통공사는 안전의 초점을 정보에 맞췄다. 음성 문자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한 실시간 정보의 공유가 핵심이라고 봤다. 부산 지하철 1호선에 세계 최초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철도통신시스템(LTE-R)을 구축한 이유다. 지난 28일 부산 범내골역 종합관제센터와 노포역 차량기지를 찾았다.
“열차 운영 중에 객실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현장 설비 고장 원인파악 과정을 단축하는 등 영상 전송을 하게 되면서 일의 효율성이 올라갔다.”(부산교통공사 통신설비관제팀 정민수 팀장)
“응급환자가 발생해 열차를 멈추고 돌봐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환자를 살피면서 전체 객실에 안내 방송을 하고 양해를 구할 수 있었다. 예전이면 기관실로 돌아가 방송할 때까지 다른 승객은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해 불안해했다.”(부산교통공사 김성대 기관사)
부산 지하철 1호선은 40개 역 40.84킬로미터다. LTE-R은 철도용 LTE망이다. 스마트폰 형태 무선기기와 열차가 단말기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 등과 국내 기술로 네트워크와 단말기 등 전체 솔루션을 개발 구축했다. 2017년 7월 운영을 시작했다. 초고화질(UHD) 방송과 혼선 해결 등 시행착오도 있었다. 대신 재난안전통신망(PS-LTE) 노하우를 습득했다.
“최대 999명이 동시에 통화를 할 수 있다. 영상, 문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기관사와 역무원은 언제 어디에서나 객실과 역사에 안내 방송을 할 수 있다. 열차 간격을 미터 단위로 확인한다. 이 정보는 전체 열차와 종합관제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SK텔레콤 LTE-R셀 구민우 팀장)
“우리나라 최초로 고객 안전을 위해 LTE-R을 도입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운영과 건설에 대한 권한을 공사가 함께 갖고 있는 것도 신기술 도입을 빨리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금까지 1년여를 운영하며 지금까지 한 번도 통신 사고는 없었다. 향후 사물인터넷(IoT)까지 LTE-R에 실어 설비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부산교통공사 종합관제소 이광남 소장)
LTE-R 이전엔 음성만이 유일한 소통 창구였다. 아날로그 초단파통신(VHF)과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을 혼용했다. 무전기다. 통신 거리와 상대에 제약이 있었다. 고객 소통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7년까지 전국 철도에 LTE-R을 구축할 계획이다.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한 발 앞선 SK텔레콤과 부산교통공사의 시도가 모델이 됐다.
LTE-R은 현재 7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부산 지하철 1호선을 포함 4개를 수주했다. 개인 LTE 경쟁력이 LTE-R 경쟁력, LTE-R 경쟁력이 PS-LTE 경쟁력이라는 것이 SK텔레콤의 설명이다.
구 팀장은 “기지국과 주변장비, 단말기까지 100% 국산이다. 특화 기능을 구현하기 유리하다. 세계로 갈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어떤 통신사가 하든 비슷할 것이라고 여기겠지만 누가 최적화 해 운용할 능력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라고 했다.
한편 LTE-R과 PS-LTE 연동은 필수다. 위기 상황에선 모든 조직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역사에 소방관, 구급대원 등 PS-LTE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진입해도 문제없이 통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공공망 연동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서로 다른 네트워크가 기지국을 공유한다. 로밍과 비슷하다. 이용자는 네트워크를 신경 쓸 필요 없이 쓰던 기기를 그대로 쓰면 된다. 행복 날개가 안전을 향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