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올해 반·디 장비업체 IPO 성적 들여다보니…‘희비 엇갈려’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8-08-17 09:34:03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올해 IPO(기업공개)를 실시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3곳의 성적표는 희비가 교차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씨앤지하이테크(대표 홍사문)는 올해 1월,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제조업체 디아이티(대표 박종철)는 올해 7월, 반도체 식각장비(Etcher) 업체 에이피티씨(APTC, 대표 김남헌)는 올해 8월 각각 IPO를 실시했다.
그런데 올해 초 IPO를 진행한 씨앤지하이테크와 비교할 때, 하반기에 IPO를 진행한 나머지 두 곳의 성적표는 저조했다. 올해 들어 D램 가격 고점 논란과 LCD(액정표시장치) 가격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투자 심리가 계속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황 악화 우려 및 고점 논란은 작년부터 존재했으나 올해 초 이후 점차 더 본격화됐다. 업황과는 별도로 개별 기업의 시장 신뢰도가 낮은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월 IPO를 진행한 씨앤지하이테크의 수요예측 및 청약 경쟁률은 각각 249.23:1, 625.64:1였다. 작년 상장한 서플러스글로벌(548:1), 코미코(745.44:1), 이엘피(738.15:1), 힘스(795.94:1), 필옵틱스(588.96:1), 케이피에스(452.96:1) 등 업체의 청약 경쟁률과 비교해봐도 꿀리지 않는 수치다. 작년에 이어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이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올해 7월 IPO를 실시한 디아이티의 청약 경쟁률은 11.1:1로 크게 낮아졌다. 수요 예측 때는 경쟁률 105.1:1를 기록하고 희망공모가 밴드(9400원~1만400원)의 중간인 1만원으로 공모가가 확정되는 등 선방했으나, 실제 청약 기간에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이다. 애초 수요 예측 흥행이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대략 700:1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동종업계 경쟁률과 비교해 디아이티 경쟁률이 낮았던 이유는 디스플레이 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데다가, 올해 들어 코스닥 IPO 흥행을 주도한 코스닥벤처펀드 종목이 아니다 보니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이 낮아 일반 경쟁률에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아이티 주가는 8월7일 코스닥 상장 후 연일 하락하고 있다. 상장 첫날 최대 1만245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계속 하락해 16일 종가는 8350원이다.
오는 8월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에이피티씨도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했다. 지난 7~8일 수요예측을 한 결과 경쟁률은 20.99:1이었다. 희망 공모가 1만1500원~1만3000원을 크게 밑돈 9000원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회사가 공모 주식 수를 기존 230만주에서 184만주로 줄이면서 공모 규모도 기존 265억원에서 166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13~14일 진행한 청약 경쟁률은 수요 예측 경쟁률과 거의 비슷한 22.69:1을 기록했다.
거의 같은 시기 수요예측과 청약을 진행한 IT 서비스 업체 오파스넷이 861.7:1(수요 예측), 1401:1(청약)의 성적을 낸 것과 대조된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이 시장에서 우려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에이피티씨는 작년 4월에도 IPO를 추진했으나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결정이 난 바 있다. 두 번째 시도 끝에 상장하게 됐으나 올해 코스닥 상장사 중 희망공모가를 밑도는 가격을 받은 첫 업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정 고객사 의존도 높아=디아이티와 에이피티씨는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디아이티는 삼성디스플레이, 에이피티씨는 SK하이닉스 매출 비중이 높다.
다만 디아이티는 특정 고객사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실제적인 수치로 나타난 반면, 에이피티씨는 아직 SK하이닉스 의존도를 벗어났다고 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가 부재한 상황이다.
디아이티는 2012년 당시 삼성디스플레이 향 매출 비중이 99%일 정도로 삼성 의존도가 높았다. 2012년 수주가 대폭 감소해 매출이 반토막나면서 고객사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작년엔 삼성디스플레이 매출 비중을 70% 정도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또한 삼성 계열사가 아닌 국내 반도체 업체와 AI(인공지능) 기반 영상처리 사업을 준비하는 등 신규사업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2차전지 및 자동차 산업 영역에서도 사업을 강화하면서 삼성SDI, 현대자동차 등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반면 에이피티씨는 아직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작년 관련 매출 비중은 거의 100%다. 삼성전자로의 납품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7일 IR을 통해 회사 측은 ‘삼성전자 납품을 희망하지만 진입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SK하이닉스에 본격 납품하기 시작한 때도 2016년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5년까지는 적자 실적을 이어왔다. 회사는 SK하이닉스 납품 경험이 중국 등 해외 반도체 업체로의 공급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고객사 다변화’가 현실화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우려가 가시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번 에이피티씨의 수요예측과 청약을 주관한 대신증권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미세화가 진행되면 식각 공정은 지속 매출이 가능하다. 외산 장비 대비 기술적으로는 동등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매출처 편중이라는 이슈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매출처 편중은 회사 문제라기보다는 국내 장비업계가 가진 한계라고 본다. 국내 장비업계가 삼성과 SK하이닉스에 편중될 수밖에 없고 식각 장비 시장이 외산 장비 위주인 상황에서 오히려 SK하이닉스를 뚫은 게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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