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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지미 헨드릭스와 폴더블 스마트폰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1960년대 처음 등장했을 당시 록 음악계에 미친 신선함과 충격은 상당했다.

또 한 명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마저 그의 연주를 처음 본 순간 몸이 얼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는 기존 반주 영역에 머물던 기타연주를 밴드의 가장 앞선으로 이동시켰다. 기타는 기존에도 노래와 노래 사이 중간 솔로 연주로 애용되던 악기였으나 지미헨드릭스 등장 이후 기타가 가지는 가능성은 차원이 다른 영역으로 끌어 올려졌다.

지미 헨드릭스는 연주 자체도 잘했지만, 그 외 무대 쇼맨십으로 더 유명했다. 기타에 불을 붙이는가 하면 기타로 성행위를 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외설과 예술을 넘나드는 그였지만 수십 년이 흐른 현재에도 그의 기타 연주는 여전히 정통 록 음악계에서 이단이 아닌 숭고한 예술로 평가받는다.

당시 파격적이었던 그의 기타 연주는 현재 기타의 바이블로 칭송받고 있다. 교과서적인 기타연주라고 하긴 어려웠으나 세월이 흘러 그의 연주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지미 헨드릭스 출현 이후 무대에서 그처럼 괴기스러운 무대 퍼포먼스를 펼치는 연주자도 여럿 등장했다. 록 음악계의 혁신이었던 그의 음악적 자산이 이후 영양분이 되어 후배들의 음악적 역량을 한층 고취시킨 것이다.

현재 IT업계에서는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이 이슈다. 혁신성으로만 본다면 지미 헨드릭스 못지않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등장은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등 세트업체뿐만 아니라 관련 소재·장비업체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침체된 디스플레이 업계는 물론 스마트폰 시장 자체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물론 소비자가 폴더블폰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줘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지미 헨드릭스가 단지 놀라움만을 선사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수많은 기타 프레이즈 속에 정통 블루스맨 이상의 필(Feel)을 녹여내 후대에 깊은 감동을 줬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지미 헨드릭스 등장 이후 수십 년이 흐른 지금에도 기타 연주자들이 그를 교과서 삼는 이유는 그가 파격적이었던 만큼 누구보다 기초에 정통했기 때문이다.

기타 연주의 근본은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감정 전달’에 있다. 그러려면 기타 연주의 기초에도 정통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는 대부분 가장 기본적인 펜타토닉 스케일에 기반하고 있다. 변칙 연주와 파격적인 퍼포먼스 안에 가장 충실한 음악적 기초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가 기괴한 퍼포먼스를 하지 않고 순수히 연주에만 집중하는 무대에선 그 진가가 더 깊이 드러났다.

업계에선 화면이 접히는 기능이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 활용에 어떻게 이점으로 작용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우려가 많다.

폴더블의 연장선인 ‘스트레처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는 한 교수는 “폴더블과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흐름이 되려면 화질 등 기존 제품 성능을 그대도 가져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혁신 이전에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혁신을 담아내면서도 기초적인 성능은 확고히 가져가야 한다. 결국 기술의 완전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감동한다.

놀라움과 신기함만 있었다면 지미 헨드릭스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놀라우면서도 기본에 충실할 때 감동이 전해진다. 결국 폴더블폰 출시를 누가 빨리 하냐는 속도 싸움은 부질없는 짓이 될 수 있다. 누가 더 완벽에 가깝게 소비자의 사용성을 최대한 고려했는지가 관건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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