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번호이동은 더 이상 통신사의 경쟁수단이 아니다. 이동통신 번호이동 시장이 2018년 들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번호이동은 올 들어 세 번째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네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신사는 가입자 뺏기보다 가입자 지키기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상반기 내내 그랬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6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는 41만6018명이다. 전월대비 5.7% 감소했다. 올 상반기 월 번호이동 평균은 42만609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만6597명에 비해 17.5% 줄었다.
번호이동은 통신사 경쟁강도를 보는 척도로 활용됐다. 통신사끼리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시장인 탓이다. 가입자를 그냥 데려와서만은 안된다.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이 높은 사람을 유치해야 이득이다. 통신사는 고가 휴대폰 구매자를 고액 지원금으로 유인하는 전략을 취했다. 고가 휴대폰 구매자는 대부분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상황은 변했다. 지원금을 마음대로 지출할 수 없게 됐다. 불법 지원금을 적발하는 시스템도 강화했다.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는 선택약정할인이 생겼다. 선택약정할인은 할인율 조정 두 차례를 거치며 지원금을 역전했다. 단말기를 제값을 주고 구매하고 선택약정할인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었다. 단말기 구매비 증가는 단말기 사용연한 증가로 이어졌다. 통신사를 옮기는 이익보다 남는 이익이 크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이 경향은 신규가입 및 기기변경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가입은 89만7785명 기기변경은 92만7145명이다. 해당 월 번호이동은 47만7367명이다. 번호이동을 하기보단 약정이 끝난 후 새 기기를 사고 통신사를 교체하는 빈도가 는 셈이다. 아울러 통신사에 남아 단말기만 바꾸고 약정을 연장하는 가입자도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전 신규가입과 기기변경은 번호이동에 비해 낮은 수치였다.
줄어든 시장이지만 승자와 패자는 있다. 6월 승자는 LG유플러스다. SK텔레콤과 KT,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 모두에서 가입자를 당겼다. 총 9393명을 획득했다. SK텔레콤도 승자다. KT와 LG유플러스에 가입자를 내줬지만 알뜰폰에서 상쇄했다. 총 983명 축소에 그쳤다. 알뜰폰과 KT는 패자다. 알뜰폰은 KT에서 이득을 봤지만 SK텔레콤 LG유플러스 이탈이 이를 상회했다. 총 7211명이 떠났다. KT는 SK텔레콤에서 데려온 사람이 LG유플러스 알뜰폰으로 나간 사람보다 적었다. 총 1199명이 빠졌다.
한편 번호이동이 월 평균 40만명 안팎인 상황은 지속할 전망이다. 통신사는 기존 경쟁 수단 대신 본원적 경쟁 즉 요금제 등을 차별화하기 시작했다. 본원적 경쟁은 장기적 경쟁이다. 통신 소비자의 주체적 이동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