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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비스업 미래는?③] 전문화, 대형화 갈림길에 선 IT서비스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8-06-28 08:55:42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 금융그룹은 대부분 IT계열사를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의 KB데이타시스템, 신한금융그룹의 신한DS, 우리금융그룹의 우리FIS, KEB하나금융그룹이 하나금융티아이를 IT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는 식이다.
최근 이들 금융 IT계열사들은 해외시장 개척 등 사업의 외연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이 개척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경쟁 금융그룹의 시스템 구축 시장이다. KB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에 신한DS가 참여한다는 것은 업계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경쟁 그룹에 자사의 영업 전략과 비밀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IT계열사들이 국내 시장 개척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러한 시장상황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는 IT서비스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이 그룹사에서 내부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드는 것이 이러한 민감한 정보에 대한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는 민감한 문제다. IT가 기업 경쟁력의 근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IT를 생산현장과 유통, 서비스에 어떻게 접목하고 구현하는지는 핵심적인 영업비밀이 된 지 오래다. 삼성SDS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라인의 구성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스마트 공장이 화두가 되면서 센서 네트워크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생산 라인 고도화는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 한 가운데에 놓여 있다.
마찬가지로 LG CNS 역시 LG전자와, SK(주) C&C는 SK하이닉스 반도체 등 중요 제조업에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협력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그룹사 핵심 경쟁력이 노출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사업을 공개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이들 IT서비스 대기업들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비핵심 시스템의 경우 외부에 오픈해 균형을 찾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은 오늘과 같이 융합 서비스가 발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시스템만을 따로 떼어 사업을 발주한다는 것 역시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룹사 내부거래와 총수일가의 지분 소유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판단을 할 생각을 갖고 있다”는 방침을 표명함에 따라 어떤 식으로 든 그룹사 내부 거래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다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공정위의 최근 발언은 내부거래를 줄이는 것 보다는 총수 지분을 줄이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총수 지분이 IT서비스 업체에 집중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부거래가 발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수 지분을 줄이게 되면 내부 거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겠냐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는 IT서비스업체의 내부거래를 문제 삼기 보다는 총수 지분을 먼저 해결해 IT서비스업체가 얻는 수익이 결과적으로 그룹 총수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는데 공정위의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IT서비스업계는 전문화와 대형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IT서비스업에 대한 발전 가능성과 비전을 시장에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유통, 제조, 물류 등 특정 산업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져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전문성을 보여줌으로서 IT서비스업체의 존재가치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그룹사 내부거래가 왜 필요한지도 그룹 내 IT서비스업체 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대외 사업 확대를 위해서도 IT서비스업체들의 대형화는 불가피해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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