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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비스업 미래는?①] 내우외환, 위기의 IT서비스업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경고성 발언이 나오면서 대기업 계열 IT서비스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도 예고되고 있는 등 내우외환의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IT서비스업계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인식이 바닥인 상황에서 IT서비스 업(業)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상조 위원장은 최근 진행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시스템통합(SI)업체,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 등 그룹 핵심과 관련이 없는 부문에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다수 대기업집단이 SI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중간 생략)선진국 기업집단에서 별도 SI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 안한다. 독립적 SI 업체와 거래해서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고 세계적인 업체로 거듭나는 식”이라며 대기업이 SI사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 발언의 여파는 그대로 IT서비스시장을 강타했다. 삼성SDS, 신세계I&C 등 증시에 상장된 IT서비스기업들은 발언 다음날 폭락을 거듭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에 가지고 있는 총수의 지분을 줄이는 한편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물론 김 위원장은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 기조 강연을 통해 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가 아닌 비주력·비상장 회사에 대한 총수의 지분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함으로서 더 큰 논쟁으로 확대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대부분의 대기업 그룹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은 그룹사 대상의 시스템 운영(SM), IT아웃소싱 사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거래를 줄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매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상장사로선 치명타일 수 밖에 없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은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못하지만 일부분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되는 그룹사 내부거래의 경우 기업의 보안상 이유로 다른 경쟁업체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IT서비스기업은 80년대 말, 90년대 초 그룹의 전산실이 통합되면서 출범했다. 당시 그룹 전산실을 통합해야 하는 이유로 대두된 논리가 바로 시스템의 통합, 표준화와 IT자원에 대한 효율적 관리, 계열사 사업전략에 맞춘 신속한 IT지원, 계열사 간 중복투자 방지 등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점이 그룹 비즈니스 정보 보호다. 경쟁기업과 거래하는 외부 IT서비스 기업을 배제하고 정보자산 및 영업 기밀을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실제 IT서비스산업협회는 2013년 발표한 ‘IT서비스 산업의 이해’ 자료를 통해 글로벌 기업의 외부 IT업체 활용 배제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술유출 우려로 후지쯔 IBM의 아웃소싱 제안 거부 ▲미국 월마트는 인도기업의 아웃소싱 추진 시, 월마트 경쟁사인 타겟(Target)의 아웃소싱을 하고 있었던 TCS사를 배제 ▲NTT 그룹은 NTT Data와 IT서비스 계약한 것으로 소개됐다.

김상조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선진국 기업집단에서 별도로 SI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 안한다.”며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만 SI업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도 모기업 정보인프라를 지원하고 정보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IT전담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로 출발해 기업집단의 IT를 전담하는 업체로는 인도 타타그룹의 타타컨설턴시 서비스(TCS), 일본 NTT의 NTT 데이터(Data), 바스프(BASF)의 BASF IT서비스 등이 꼽힌다. 이들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외부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그룹 시스템 운영(SM)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업이 계열사 IT서비스업체를 통해 IT아웃소싱 등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계약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에 있는 독특한 기업 방식인 ‘재벌’과 재벌 총수의 승계구도에 따라 IT서비스 계열사가 그룹 내 ‘곳간’ 역할을 하면서 부터다.

설립 의도와 달리 그룹 승계구도의 중심에 IT서비스업체가 서다 보니 IT서비스 업에 대한 고민과 발전보다는 내부거래에 ‘꼼수’가 등장하면서 외부에서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한 것이다. 여기에 열악한 IT서비스업계 개발자 업무 환경도 IT서비스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끼쳤다.

결과적으로 IT서비스업에 대한 시장의 자조적인 부정 인식과 대기업 승계구도에 있어 IT서비스업체의 자의적 타의적 경영 방침에 따라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은 투명성과 공정성 면에서 시장에서의 신뢰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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