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규제개혁위원회가 보편요금제 심사를 앞두고 있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마지막 과제다.
보편요금제의 통신비 인하 효과는 확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뿐이지만 KT와 LG유플러스도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아마도 LTE 요금제 전체를 한 단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확실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지만 논란은 만만치 않다. 통신요금은 시장영역이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정부가 민간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통신비 인하 이슈는 종료될 수 있을까? 정부가 계획대로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요금인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SK텔레콤의 요금을 낮추도록 하면 KT와 LG유플러스도 자연히 따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장은 어떻게 될까. 정부가 언제 요금을 강제로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아마도 정부 눈치보기에만 급급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경쟁은 사라지고 공기업 한국통신 시절로 돌아가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경쟁보다는 정부의 직접적 개입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시절의 기본료 1000원 폐지를 비롯해, 선택약정할인제도, 단말기유통법의 지원금 상한제 등 시장의 자율성에 의해 결과가 도출되기 보다는 정부가 사업자에게 강요하거나 어려울 경우에는 법제화해 해결한곤 했다.
돌이켜 보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췄다. 시간이 지나며 다시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가 커지면 또 다시 정부는 인위적인 개입을 반복해왔다.
이같은 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정부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경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3위 사업자에게 많은 혜택을 줬고 알뜰폰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수차례 실패로 돌아갔지만 신규 이동통신사 출범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하지만 현재 과기정통부는 대통령의 공약인 기본료 1만1000원 폐지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선택약정할인율을 확대했고, 저소득층 요금감면을 통과시켰다. 이제 남은 것은 가장 효과가 큰 보편요금제다. 보편요금제를 통과시켜야 기본료 폐지 공약을 완성하게 된다.
반대로 얘기하면 가입자당 1만1000원 가량의 통신비 인하 혜택을 줘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있다보니 다른 정책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보편요금제가 규개위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신요금 정책이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야권에서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계류 상태여도 통신사들을 압박할 수 있을테니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의 역할은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 ICT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다.
통신비 인하 정책 중 상수(上數)는 경쟁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단기적 성과는 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업계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경쟁을 후퇴시키게 된다. 과기정통부가 과거 정부처럼 땜질 처방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요금부담은 낮추면서 ICT 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는 ‘상수’를 찾아야 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