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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복병' 만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삼성물산 사태 재연될까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되자, 시장은 대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이 ‘시장친화적’인 ‘정공법’을 택했다는 평을 내렸다. 특히 지분 양수도 과정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1조원 가량의 양도소득세를 내야하는 점을 두고 손해를 불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에선 현대차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승계에 유리하도록 교묘하고 복잡하게 짜여졌다는 분석이다.

기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4개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다. 개편 이후 현대차그룹은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 부자가 존속 모비스와 현대차 및 기아차를 거쳐 합병 글로비스와 현대제철을 지배하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모듈 사업과 A/S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분할 법인을 현대글로비스와 흡수합병하는 식이다. 변경상장이 완료되는 7월 말이 되면,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 등 관계사 지분을 매각한 자금을 토대로 기아차(16.9%), 현대제철(5.7%), 글로비스(0.7%)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개편안이 현대차그룹 주주들에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개편안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존속 모비스의 가치가 낮을수록, 합병 글로비스의 가치가 높을수록 정몽구 회장 부자의 이익이 올라가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이번 개편안은 주주총회에서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 주주도 반대에 가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일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투자 자문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지분을 10억달러(약 1조56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지분이 1%대에 불과하나, 현대모비스 지분 중 외국인 비중이 48%에 달하는 만큼 향후 엘리엇을 중심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의 ‘분할·합병 반대 연대’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3대주주로서 양사 합병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펀드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이번에도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피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모비스 인적분할-글로비스 합병’, 왜 묘수인가? =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 23.2%)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그룹 승계에 유리하다. 현대모비스의 주력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로 합병하는 방안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견상 존속모비스가 지배회사 역할을 하지만, 결국 향후 통합된 글로비스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정몽구 회장 부자에게 유리한 구도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정몽구 회장 부자가 기아차, 현대제철, 글로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문제였다. 정몽구 회장 부자가 기아차, 현대제철, 글로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개편안이 발표되던 날 종가 기준으로 약 5조9000억원에 달한다. 정몽구 회장 부자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29.9%를 매각해도 한참 모자른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 부자는 양도소득세(1조원 가량)도 내야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바로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주력 사업을 현대글로비스로 넘기는 방법이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안이 나왔던 지난달 말, 증권가에선 이 개편안이 모비스에는 부정적인 반면, 글로비스엔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모비스는 핵심 사업부인 A/S 부문 및 모듈사업이 분할되지만, 이를 넘겨받는 글로비스는 기업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주식의 변경상장이 완료되는 7월 말이 되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 등 관계사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기아차, 현대제철, 글로비스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매입하게 된다. 그런데 7월 말이 되려면 아직 4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만일 향후 증권사 예측대로 모비스 주가가 떨어지고 글로비스 주가가 오르면, 이는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입장에선 ‘남는 장사’가 된다.

증권사 예측대로라면 4개월 뒤 계열사는 보유 중인 모비스 주식을 지금보다 더 떨어진 가격으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에 팔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모비스↓· 글로비스↑’ 주가 흐름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 엘리엇 가세로 ‘개편 불확실성’ 높아져 = 증권가에선 이번 개편안이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분위기다. 분할 비율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은 과거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당시와 유사한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현대모비스가 주력 사업인 A/S 및 모듈사업의 국내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떼어주면 속빈 강정이 될 확률이 높다. A/S 사업의 경우 글로비스로 넘어가는 국내 사업부문은 전체 사업부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작년 A/S 영업이익 1조7000억원 중 국내 사업 이익은 8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달 29일 유진투자증권(이재일)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현대모비스에게 부정적”이라며 “고수익성 사업인 모비스의 A/S 부문이 실질적으로 현대글로비스에게 완전히 이전된다”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5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 분할합병안을 다룰 예정이다. 증권가에선 현대모비스에 불리한 분할 조건으로 인해 주주총회 의결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엘리엇이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현대차의 이번 개편안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015년 삼성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안이 각사 주주총회에서 다뤄졌을 당시, 삼성물산의 3대주주였던 엘리엇은 양사의 합병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산정돼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엘리엇의 가세로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는 불확실성 요소가 더 짙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주주 불만 잠재울 수 있을까 =
존속 모비스는 향후 인수합병(M&A)이나, 사업 전환 등의 단계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투자회사로서의 기능에 충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주력 사업을 떼 내는 큰 규모의 사업 변화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기존 주주들의 불만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모비스의 분할비율(0.79 대 0.21)과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비율(1 대 0.61) 감안 시, 기존 현대모비스 1주를 보유한 주주가 모비스 존속법인 주식 0.79주와 합병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보유하게 되므로 기존 현대모비스 주주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모비스의 주력 사업을 받는 글로비스의 가치 상승분을 가져옴으로써 기존 모비스 가치 훼손을 보상받는다는 논리다.

다만, 기존 현대모비스 투자자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기존 모비스 주주 사이에선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을 통해 얻게 되는 합병 글로비스 0.61주보다, 존속 모비스의 가치 하락에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주주들 사이에선 ‘서로 연관성이 없는 두 회사를 합병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물류업과 유통판매업을 영위하는 현대글로비스의 작년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물류부문 48.5%, CKD부문 39.1%다. 물류업체인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의 주력인 A/S 및 모듈사업을 떠맡는다는 것이 주주 입장에선 ‘소액주주는 고려하지 않은 채 대주주의 입장만으로 고려한 처사’로 다가올 수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발표 당시 ‘시장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의 반응도 점차 ‘반색’에서 ‘의구심’으로 변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정의선 부회장의 3세 승계를 위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문제는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다. 대주주(정몽주 회장 부자)와 계열사 간 주식 양수도 과정에서 존속모비스 가치 평가에 따라, 향후 계열사 주주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존속 모비스 가치가 낮게 평가될수록 대주주는 혜택을 받고, 소액주주들은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통합글로비스 가치가 오를수록 대주주의 이익은 커지고, 성공적인 3세 승계에도 가까워진다. 존속모비스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향후 논란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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