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압승을 거둔 뒤로 정보기술(IT) 업계의 주요 화두는 인공지능(AI)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선두 기업들이 AI 기술 강화를 설파했다면, 올해는 2위 기업들도 외부에 힘실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기술 수준도 만만치 않다’는 의미입니다.
카카오가 최근 미디어 대상의 AI 스터디를 개최했습니다. 카카오의 핵심 개발자 중 한명인 배재경 AI부문 컨텍스트파트장은 영한과 한영 번역에 대해 “경쟁사보다 더 낫거나 대등한 성능”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외부엔 네이버가 국내 최고 AI 번역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무작위 문장 추출을 통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반박한 것입니다.
배 파트장은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AI 성능을 향상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AI 연구는 공개가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 성능의 모델을 썼고 최적화를 거쳐서 후발주자이지만 빨리 따라잡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네이버와 선의의 기술 경쟁이 예상됩니다.
올해는 AI와 다소 거리감이 있던 게임업체들도 입을 여는 모습입니다. 넷마블게임즈가 NTP 미디어 행사를 통해 지능형(AI) 게임 개발 계획을 알렸습니다. 지난 2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선 “지능형 게임 1종 정도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넷마블이 말하는 지능형 게임은 조건반사 수준의 AI가 아니라 이용자의 플레이 수준에 맞춰 게임이 마치 유기체처럼 변할 수 있도록 돕는 AI가 적용됩니다. 이용자가 어려워하면 자동으로 난도를 낮추고 특정 부분에서 이탈이 예상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변화가 적용될 수 있겠습니다.
방 의장은 중장기 연구를 위한 AI 센터와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북미 AI 랩 설립도 예고했습니다. 여느 게임업체보다 ‘스피드 경쟁’을 강조해온 넷마블인만큼 빠르게 결과물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올해 넷마블이 지능형 게임 개발을 예고했지만 이미 몇년 앞서 게임에 AI 기술을 적용한 업체가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입니다.
개발자 출신인 김택진 대표는 일찍이 AI 기술의 중요성에 눈을 떴는데요. 지난 2011년 관련 TF조직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AI 센터와 함께 자연어처리(NLP) 센터까지 갖췄는데요. 관련 연구 인력만 100여명입니다.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은 수년 전 블레이드&소울 비무 캐릭터에 적용된 바 있습니다. 사람과 대전하거나 AI끼리 대전을 거칠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캐릭터를 볼 수 있는데요. 이 캐릭터는 마치 사람이 조정하는 듯한 무공 조합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응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프로게이머도 100전100패할 수준의 가공할 실력을 보입니다.
이처럼 게임과 AI의 결합을 시도해온 엔씨소프트가 얼마 전 사내 AI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엔씨소프트 인공지능(AI) 데이’인데요.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사내외에 공유하고 향후 개발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언어 처리 기술 ▲지식 기술 ▲컴퓨터 비전 ▲음석인식 및 합성기술 ▲게임 AI의 연구 개발 현황과 응용사례가 공유됐습니다.
엔씨소프트는 다음달 미디어 대상의 AI 관련 행사도 고민 중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발표 내용과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게임업체가 AI 센터를 설립해 수년간 연구해온 사례는 세계적으로 봐도 드뭅니다. 선두 주자인 엔씨소프트가 AI 성과를 외부에 선보일 경우 후발주자들이 방향을 잡고 따라갈 수도 있겠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연구 성과를 공개할지 또 고도화된 게임 AI의 실제 사례를 보여줄지 이목이 쏠릴 전망인데요. 포털이 아닌 게임업체가 연구 중인 자연어처리 기술이 어떻게 쓰일지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연구 공개가 게임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지 사뭇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