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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탈 메인프레임' 가속화, IBM 대응 전략에 주목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밀레니엄이 시작됐던 지난 2000년, IMF 외환위기의 잔영이 여전히 금융권에 짙게 남아았던 시기, 산업은행은 우여곡절끝에 신시스템을 오픈한다. 당시엔 '차세대시스템' 이란 용어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당시 산업은행 '신시스템'은 큰 주목을 받았다. 주전산기로 메인프레임을 선택하지 않고, 당시로선 혁신적인 유닉스(HP)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특수 은행이었던 만큼 IT인프라의 외형은 작았지만 갖는 의미는 매우 컷다. 2004년 외환은행이 대형 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유닉스 기반의 차세대시스템을 구현했고, 이어 2006년 농협이 그 뒤를 따랐고 마침내 국내 금융권 IT 지형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후 국내 금융권에서 메인프레임은 주연의 역할을 더 이상 차지하지 못한다. IBM과 함게 메인프레임을 국내에 공급해왔던 유니시스는 이 여파로 이미 10여년전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국내 금융권에서 근근히 이어오던 IBM 메인프레임의 명맥이 더욱 가늘어졌다. 한국은행도 지난 18년간 유지해온 메인프레임 주전산시스템에서 탈피 유닉스 환경으로 다운사이징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앞서 국내 증권업계의 마지막 메인프레임 운영사였던 삼성증권이 연 초 주전산시스템을 리눅스(Linux) 기반의 x86 오픈환경으로 전환했고 최대 보험사인 교보생명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는 차세대 사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5월 이후로 연기되긴 했지만 우리은행도 당초 2월 오픈을 목표로 유닉스 다운사이징 차세대를 진행한바 있다.
IBM의 메인프레임은 여전히 전 세계 많은 은행 등 금융권의 메인 시스템으로 자리하고 있다. IBM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100대 기업에 포함된 92개 은행, 10대 보험회사에서 사용 중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메인프레임의 자취를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메인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KB국민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제주은행이 전부다. 이 중 글로벌 정책 상 메인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고 국내 은행의 메인프레임은 사장되는 분위기다.

제주은행의 경우 올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으로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이 유력하다. 제주은행은 올해 지역 특화된 디지털 플랫폼 구축 및 신한금융그룹 기반의 업무 위수탁 추진 등으로 경영효율화를 추진해 나가기 위해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과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점포 등 채널재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차세대시스템 구축 착수가 결정되면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이 유력하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하더라도 국민, 우리, 기업, 하나, SC제일, 한국씨티, 대구·부산 등 상당수 은행들이 IBM 메인프레임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밖에 대형 제조 및 항공사들도 메인프레임을 사용했다. 하지만 제조 및 항공 부분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활성화와 더불어 개방형 환경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시작했으며 시스템 개편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던 금융권 역시 탈 메인프레임을 가속화했다.

한편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이 예정됐긴 했지만 한국은행의 메인프레임은 국내 금융권 주전산시스템의 하나의 상징이었다. IBM이 항상 국내 금융권에서 주요 사례로 꼽는 고객이 한국은행이기도 했으며 우리나라 금융 서비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한은금융망이 메인프레임 기반에서 운영됐다.

하지만 한국은행도 메인프레임 진영에서 이탈하면서 한국IBM이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구축사례로서의 상징도 사라질 전망이다.

대형 고객 위주였던 한국IBM이 메인프레임 사업도 전기를 마련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동안 한국IBM은 OIO계약이라는 영업방식을 통해 메인프레임 시장을 수성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고가의 메인프레임을 유지보수 등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비용절감을 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 메인프레임 고객사가 줄어들면서 이러한 영업방식과 조직을 유지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메인프레임 솔루션 생태계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메인프레임 하드웨어 시장은 한국IBM이 주도하고 있지만 서드파티 등 활용 솔루션 등은 외국계 벤더의 제품과 일부 국산 업체들이 공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메인프레임 고객이 줄어들면서 이들 업체들의 매출도 지속적으로 줄어 이미 2010년 초부터 사업 개편에 나서는 등 시장 재편에 들어간 상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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