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가 22일 오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마지막 회의를 갖고 석달여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과기정통부는 그간 협의회에서 논의했던 단말기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 기초연금 수급자 통신비 감면 등을 정리해 국회 등에 참고자료로 제출할 계획이다.
사회적합의기구인 통신비협의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을 위해 마련됐다. 통신비 인하 방안들을 놓고 이해관계자마다 생각이 다르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는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협의회는 약 석달간 첨예한 가계통신비 사안을 놓고 격주마다 회의를 열고 격론을 벌였다. 하지만 협의가 합의까지 도달한 것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과에 그쳤다.
◆완전자급제 대신 자급률 확대=협의회는 단말기완전자급제 도입 논의를 진행하며 제도 전면도입보다는 자급률 확대라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 완전자급제는 여야 몇몇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이슈가 됐다. 협의회는 첫 안건으로 완전자급제를 택했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가계통신비는 통신이용료와 단말기 할부금 등으로 구성된다. 정치권에서는 가계통신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단말기 할부금 부담을 낮추는데 완전자급제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협의회에 참석하는 이해관계자들은 전체적으로 완전자급제 전면 도입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제도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온 이동통신 유통업계는 물론,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사들도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제도 전면 도입에 강하게 찬성하는 곳은 없었다.
정부 역시 완전자급제 도입 시 힘들게 마련한 선택약정할인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급률 확대에 힘을 실어줬다. 결국, 협의회는 자급 단말기 확대 등 점진적 자급률 확대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합의 도달 못한 보편요금제=완전자급제와 달리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임명한 전문가, 그리고 시민단체까지 보편요금제 도입에 찬성했지만 이통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반대했다.
네차례의 회의에도 불구 찬반 양 진영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보편요금제 도입까지 마무리 될 경우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이 완성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공세는 매서웠다. 마지막 회의에서는 기본료 폐지와 연계해 논의되는 등 정부측의 공세가 절정에 달했지만 이통사도 요지부동이었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정부가 공약 이행을 위해 사업자들을 몰아 세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의회 출범 이전에 이미 선택약정할인율 확대, 저소득층 추가 요금감면 등을 겪은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일방적으로 이통사에게 희생과 대안을 요구했을 뿐 경영악화 우려에 대한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쪽 협의회 활동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자와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며 “정부가 사업자에게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당초에 모든 이슈에서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해관계자 의견을 성실하게 수렴했고 법제도에 반영하기 위한 사회적 기구로서 나름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