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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①]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가동 연기…원인 뭔가?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8-02-13 16:32:17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우리은행(은행장 손태승)의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공식 연기한다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명분은 ‘설 연휴기간 현금 거래량 증가에 따른 고객불편 최소화’이다.
우리은행측은 “테스트 과정에서 발견된 일부 미비점을 완벽히 보완해, 차세대 시스템의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한치의 오류도 없게하기 위해 가동을 연기했다”며 상황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이미 1개월전부터 막대한 홍보비를 지불하면서 ‘차세대 가동때문에 설연휴 금융서비스가 중단된다’고 각종 온오프라인, SNS 등을 통해 대국민 공지를 한 것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해명은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이날 우리은행측은 가동 연기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기술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현재로선 과거 국내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례에 비춰, 답답한 추론밖에 할 수 없다. 2회로 나눠 다양한 각도에서 이를 분석한다. <편집자>
◆차세대시스템 가동 연기, 되풀이된 불행한 역사 = 차세대시스템 가동 연기 소식이 13일 아침, 관련 금융IT업계 관계자들에게 급속하게 퍼졌을 때, ‘설마’하는 경계심이 먼저 앞섰다.
“설마 우리은행이 실수를 되풀이 하겠는가? 설령 문제가 좀 있더라도 가동 자체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또 연기가 결정됐다.
어쩔 수 없이 16년전인, '2002년9월'의 장면과 오버랩된다. 물론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어느 정도 유사한지는 면밀히 따져봐야한다.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같은 이유일 수 있고, 전혀 다른 이유일 수 있다.
지난 2002년9월, 당시 우리은행은 뼈아픈 결정을 내린다. 우리은행은 당시 1300억원이 투입된 차세대시스템을 가동을 며칠 앞두고,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한다.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앞두고 최종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실시했지만 계리가 맞지 않는 현상이 되풀이 됐다. 이러면 일일 결산, 업무 마감이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은행은 2개의 IT감리업체 의견을 받아들여 가동 연기를 결정한다.
결국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은 2년 뒤인 2004년9월에야 겨우 시스템을 오픈할 수 있었다. 내용상 프로젝트는 명백한 실패로 규정될 수 밖에 없었다.
기존 차세대시스템을 수정, 보완해서 오픈시킨게 아니라 코어뱅킹(Core Banking)시스템과 주사업자가 모두 바뀌고, 새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 때 한국IBM이 구원투수로 등장해 차세대시스템을 완성했다. 우리은행은 기존에 익숙한 IBM 메인프레임 기반위에 안정적으로 오픈하는데만 초점을 맞췄다. 기존 우리은행 1차 차세대시스템이 혁신성측면에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지속적인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던 근본적인 이유다.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가동 연기 가능성’, 작년 하반기부터 제기돼 = 금융권 내부적으로 우리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가동 연기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은 사실 지난해 4분기부터다. 오픈을 4~5개월 남겨둔 시점인데, 이때는 차세대시스템 테스트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점이다.
실제로 <디지털데일리>는 이같은 풍문이 들리자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측에 이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었다.
이에 우리은행측은 회신을 통해 “당초 계획한 동일한 2018년2월에 오픈 예정이며, 프로젝트는 정상 추진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까지는 4차 테스트까지 완료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측의 이같은 공식 입장과는 달리, 당시 업계에서는 은행측의 디지털뱅킹 부분에 대한 개발 요구 사항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당초 IT업체들과 계약했었던 IT개발 범위가 늘어났으며, 시스템 품질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용인할 수 있는 개발 범위를 넘겼나’...주원인으로 주목 = 일반적으로 18개월~30개월 정도 소요되는 국내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관행상, 프로젝트 중간 중간에 뜬금없는 개발요건이 새롭게 추가되곤한다.
원칙적으로 이러면 안된다. 그러나 이것이 어느 정도 용인되는 수준이라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차세대시스템 오픈 시점에 영향을 줄 정도로 과도했다면 우리은행의 경우는 IT업체들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용인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개발 인력이 부족했던 것인지, 개발 비용이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예정에 없던 개발 요건 때문에 결과적으로 테스트나 시스템 개발 오류를 잡는데 집중하지 못했고, 시스템 가동 연기의 결과로 나타난 것인지 인과관계가 복잡하다.
금융IT업계의 한 전문가는 “차세대시스템의 연기를 결정할 정도라면, 단순히 시스템의 어느 한 문제의 이유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한 두가지의 단순한 문제였다면 즉시 해결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은행 입장에서 봤을 때, 레거시 전체에 대한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확한 가동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3년간, 전임 이광구 행장의 주도로 ‘위비뱅크’ 플랫폼 등을 앞세워 디지털뱅킹서비스 경쟁을 주도했다. 우리은행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주력했던 시간이기도 하다.
일단, 금융IT업계의 분석이 합리적이라면, 우리은행은 한정된 자원(리소스)속에서 무리하게 디지털뱅킹과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한 것에서 근본적인 원인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1차적으로 우리은행이 적절한 IT자원의 배분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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